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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제 눈의 들보’ 못 보는 거대 양당의 정의당 비판

등록 2021-01-26 18:05수정 2021-01-27 02:42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 공동취재사진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연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김 전 대표의 잘못이야 백번 비판을 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두 거대 정당이 그럴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민주당은 25일 김 전 대표 사건이 공개된 직후 최인호 수석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어 “충격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의당은 무관용 원칙으로 조치를 취해야 하며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훈수까지 뒀다. 유체이탈도 이런 유체이탈이 없다. 민주당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의혹이 불거진 뒤 한동안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지칭해 ‘2차 가해’의 한 원인을 제공한 것은 물론 당 차원의 진상조사에도 나서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5일 저녁 ‘박원순 전 시장의 언동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리자, 26일 오전에야 “피해자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쳤다”며 사과했다.

오죽하면 같은 당 권인숙 의원이 최인호 수석대변인의 논평에 대해 “너무도 부끄럽고 참담하다”고 했겠는가. 권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도 같은 문제와 과제를 안고 있는데, 이에 대해 충격과 경악이라며 남이 겪은 문제인 듯 타자화하는 태도가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다”며 “다른 당 비난할 여유가 없다. 민주당은 반복되어 일어나는 권력형 성범죄의 원인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반드시 해결해내야 하는 책무를 잊으면 안 된다”고 질타했다.

국민의힘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이틀째 “‘인권’과 ‘진보’를 외쳐온 그들의 민낯과 이중성”(최형두 원내대변인), “좌파 지자체, 정당 등 정치권 내 위계질서에 의한 성범죄”(조은희 서초구청장) 등의 말로 김 전 대표와 정의당은 물론 진보진영을 싸잡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러나 최근 ‘성폭행 의혹’이 불거진 김병욱 의원을 탈당으로 ‘꼬리 자르기’를 한 사례에서 보듯, 국민의힘도 떳떳할 게 없다. 과거 새누리당 시절에는 ‘성누리당’이라는 오명을 들을 정도로 성비위 사건이 잇따랐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지 돌아보기 바란다.

김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에 대한 정의당의 엄정하고 신속한 대응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그동안 보여온 태도와 대비된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번 사건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들지 말고 ‘제 눈의 들보’부터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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