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주호영 원내대표, 김 위원장, 이종배 정책위 의장. 공동취재사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유죄판결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겠다고 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장제원 의원은 7일 “절차적 정당성도, 사과 주체의 정당성도 확보하지 못한 명백한 월권”이라고 비판했다. 배현진 의원은 6일 김 위원장을 “이 나라 헌정사를 뒤엎고 국민 삶을 뒤엎는 문 정권을 탄생시킨 스승”이라며 “이미 옥에 갇혀 죽을 때까지 나올까 말까 한 두 전직 대통령보다 문 정권 탄생 자체부터 사과해야 맞지 않는가”라고 직격했다. 김 위원장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날 열린 당 최고위원회에서 “대국민 사과를 못 하면 비대위원장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예정대로 ‘박근혜 탄핵’ 4년이 되는 오는 9일 사과하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에 대한 당내 일부의 불만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김 위원장이 정강·정책을 바꾸고, ‘공정경제 3법’에 찬성 의사를 밝혔을 때도 볼멘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민주당 비대위 대표와 선대위원장으로서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을 승리로 이끈 과거까지 끄집어내어 ‘문재인 2중대’로 몰아가는 건 지나치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2016년 20대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 연거푸 패배했다. 그때마다 국민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용서를 구했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황교안 대표를 앞세운 지난 4월, 21대 총선에서도 참패했다. 103석, 개헌저지선을 겨우 지킨 궤멸적 패배에 위기감을 느낀 의원들이 “실권 없는 자리는 못 한다”는 김 위원장을 삼고초려해 비대위원장에 앉혔다.
김 위원장의 사과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지금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굳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과오를 국민들에게 상기시킬 필요가 있느냐고 생각하는 것 같다.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 지지율이 좀 올랐다고 태도를 바꾸는 것이라면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지난주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여전히 20%로, 민주당에 13%포인트나 뒤졌다. 최근 지지율이 오른 것도 반사이익일 뿐이다. 혁신을 다짐하며 머리를 조아리던 절박함을 벌써 잊었다면, 국민의힘은 희망이 없다. 김 위원장의 사과를 가로막기 전에 얼마나 달라졌는지 스스로 돌아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