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도시 간선도로 입체화(지하화)와 도시경쟁력 제고방안' 토론회에서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왼쪽)과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나란히 서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전태일 정신’을 왜곡하는 궤변을 연일 이어가고 있다. 전태일 열사 50주기였던 지난 13일 “주52시간제 중소기업 전면 적용을 코로나 극복 이후로 연기하는 것이 전태일 정신”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하더니, 비판이 쏟아지자 자신의 발언을 합리화하기 위해 계속 터무니없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
윤 의원은 15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코로나 재난 상황으로 폐업 위기에 직면한 중소기업들에게 52시간제를 기계적으로 적용해 근로자의 일자리를 뺏지 말자는 제 주장에 그(전태일 열사)도 기꺼이 동의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14일엔 “중소기업에 52시간제를 전면 적용해 근로자를 길거리로 내모는 게 전태일 정신이냐”고 되레 목소리를 높였다. 자성을 해도 모자랄 판에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장시간 노동시간을 유지해야 일자리가 유지된다는 식의 주장은 시대착오적일 뿐 아니라,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왜곡하는 것이다. 살인적인 장시간노동과 비인간적인 노동환경에 맞서 노동자의 권리를 찾기 위해 목숨을 바친 전태일 열사에 대한 모욕이다.
정치권과 노동계 등에선 윤 의원의 발언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노동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열사의 외침이 어떻게 주52시간제 도입을 연기하라는 것으로 들리는지 분노를 넘어 실소를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도 “전태일 열사 50주기, 찬물을 끼얹는 무지몽매함의 극치를 보여줬다”며 “세상과 담을 쌓고 살지 않는다면 할 수 없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페이스북을 통해 “의미 없는 글이 그저 조금 웃겼을 뿐”이라며 아예 무시하는 반응을 보였다.
보수야당 의원으로서 주52시간제에 반대하거나 보완을 요구할 수는 있다고 본다. 정책이 현장에서 실제로 적용될 때 내용이 현실에 맞게 변경되는 일도 있다. 하지만 전태일 열사가 추구했던 가치와 정반대의 주장을 하면서 전태일 열사를 들먹이는 건 용납될 수 없다. 오죽하면 같은 당의 장제원 의원도 “자신의 이념적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그의 죽음의 의미를 지극히 자의적으로 또는 과도하게 해석했다”며 “현재의 정치적 정책적 논쟁에 소환하여 갑론을박하는 것은 돌아가신 분의 삶을 욕되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겠는가. 윤 의원은 전태일 열사의 이름을 욕되게 하는 궤변을 당장 멈추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