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퇴계로 엠비엔(MBN) 사옥. 연합뉴스
방송통신위원회가 30일 전체회의를 열어 자본금을 불법으로 충당해 방송사 승인을 받은 종합편성채널 <엠비엔>(MBN)에 대해 ‘6개월 업무 정지’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이에 따라 엠비엔은 6개월 동안 방송을 전부 중단하고 영업 활동을 못 하게 된다. 방통위는 다만 행정처분 통보 시점으로부터 6개월 동안 유예기간을 줬다. 방통위는 엠비엔과 대표자는 형사고발하기로 했다.
방통위의 이번 조처는 지금까지 종편에 내려진 제재 가운데 가장 강한 중징계다. 그동안 종편들의 불법·편법 행위가 숱하게 드러났지만 방통위는 솜방망이 처분을 내리는 데 그쳤다.
그러나 엠비엔이 2011년 종편채널을 승인받기 위해 저지른 불법행위의 중대성에 비춰 볼 때 이번 제재 수위가 합당한 것인지는 의문이 든다. 최소 납입자본금 3천억원의 투자 유치가 어려워지자 엠비엔은 은행에서 560억원을 대출받아 임직원 명의로 주식을 샀다. 또 이를 감추기 위해 몇년간 회계를 조작했고 허위자료를 방통위에 제출해 두번이나 재승인 심사를 통과했다. 공적 책무를 지닌 방송사가 한 행위라고 믿기 어려운 일이다. 엠비엔 스스로도 불법을 인정했고, 법원도 지난 7월 유죄 판결을 내리고 경영진에게 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 방송법(18조)은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승인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엠비엔이 승인 과정에서 고의적이고 중대한 불법을 저지른 만큼 승인 자체를 무효로 하는 게 마땅했다고 본다.
지난 12일 법조계와 학계 등 외부전문가들로 구성된 청문위원회도 엠비엔 경영진을 불러 진행한 청문 절차 뒤 “승인 취소가 가능하다”는 보고서를 방통위에 제출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37개 언론·시민단체는 26일 공동성명에서 “엠비엔과 같은 악의적 불법에 대해 승인 취소를 못 한다면, 방송법은 휴지 조각에 불과한 법률이 된다”며 “일체의 정치적 고려를 하지 말고, 법에 정해진 대로 처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방통위는 승인 취소에 따른 시청권 침해와 임직원 실직 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승인을 취소하더라도 1년 동안 방송 유지 명령을 내리고 고용 승계를 전제로 새 사업자를 물색하는 방법도 있었다. 무엇보다 유죄 선고를 받은 경영진이 최근까지 자리를 지키는 등 제대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승인 취소와 사업자 교체는 고려할 만한 방안이었다. 엠비엔 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내어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내부에 있던 제왕적 권력을 제한하고 더 투명하고 공정한 언론사로 거듭나는 것만이 엠비엔이 살 길”이라고 밝혔다. 경영진이 깊이 새겨들어야 한다. 또 이번 방통위의 결정이 정치적 편향성과 막말 등으로 심각한 사회적 폐해를 낳고 있는 종편에 대한 개혁의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만큼 방통위의 책임이 막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