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지난해 9월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뉴욕 유엔본부로 들어서며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을 굳은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스웨덴의 17살 생태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한겨레>와 화상 인터뷰를 했다. 한국 언론과는 처음 한 인터뷰라고 한다. 툰베리는 지난해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연설을 하고, 올해까지 2년 연속 노벨 평화상의 유력 후보로 거론될 만큼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크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툰베리의 긴박한 요청을 잘 알고, 그 요청에 부응하고 있다고 믿는 듯하다. 하지만 그가 한겨레에 한 얘기를 보면, 대단한 착각이 아닐 수 없다.
툰베리는 자신의 연설에 박수를 보냈던 세계 지도자들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고, 잘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지만, 현실을 보면 거의 아무런 조처도 취해지지 않았다”고 일갈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방한한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에게 “툰베리가 <타임>이 선정한 역대 최연소 ‘올해의 인물’이 된 것을 축하한다”고 덕담한 것을 두고 “내가 하는 일을 존경한다고 말했다면 그 말을 증명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그린’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그런 말은 아무 의미가 없다. 그린은 색깔에 불과하고,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차원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그의 지적은 ‘무늬만 그린’이라는 평가를 듣는 문재인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도 해당할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11위(2017년)이자, 외국의 석탄화력발전에 투자해 국제사회로부터 ‘기후악당’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는 우리로서는 아프게 새겨야 할 비판이다.
툰베리의 쏘아보는 눈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같은 거대 권력자에게만 향하는 것처럼 여기는 기성세대의 태도가 그에게는 더욱 절망스럽게 다가오는 것으로 보였다. 툰베리는 “우리가 하는 일은 칭찬을 받거나 기특하다는 얘기를 듣기 위해서가 아니다”라며, 기후위기의 원인에서 자신을 예외로 두려는 이들의 태도를 꼬집었다. 툰베리를 비롯한 미래세대가 ‘결석 시위’ 같은 행동으로 역설하는 것은, 모든 기성세대는 기후위기에 막중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의 폭주에 제동을 걸지 못하면 미래세대는 윗대의 잘못으로 역사상 가장 불행하면서도 억울한 세대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툰베리는 “우리에겐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시간이 있다. 앞으로의 시간이 중요하다”는 말을 한겨레에 전했다. 기성세대가 자신에게 찬사를 보낼 시간을 아껴 당장 행동에 나서라는 요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