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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택배노동자 과로 강요하는 당일배송 사라져야

등록 2020-10-19 18:25수정 2020-10-20 02:44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지난 17일 오후 을지로입구에서 CJ대한통운 규탄 대회 뒤 올해 목숨을 잃은 택배노동자 5명의 영정을 들고 행진을 하고 있다. 택배 배송 중 숨진 고 김원종씨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지난 17일 오후 을지로입구에서 CJ대한통운 규탄 대회 뒤 올해 목숨을 잃은 택배노동자 5명의 영정을 들고 행진을 하고 있다. 택배 배송 중 숨진 고 김원종씨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추석 연휴가 지난 뒤 불과 일주일 동안 택배 관련 노동자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달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추석 택배를 앞두고 분류 인력 충원을 요구하며 경고했던 과로사 사태가 현실로 나타나는 게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12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30대 노동자와 앞서 8일 호흡곤란을 호소하다 사망한 40대 노동자 모두 하루 12~15시간 근무를 하면서 400개가 넘는 택배 물량을 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제까지 택배노동자들의 살인적인 노동 강도를 지켜볼 건지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이처럼 택배노동자들이 과로로 내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이른바 ‘까대기’라고 부르는 분류작업에 투입되는 장시간 노동과 당일배송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10년 전 온라인 서점들이 처음 시작한 당일배송은 신선식품 새벽 배송과 함께 온라인쇼핑몰업체들이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는 일이 됐다. 최근에는 의류나 건강식품처럼 급하지 않은 상품들까지 당일배송이 늘어나고 있다. 택배기사들은 할당된 당일배송 상품을 밤늦게까지라도 배달해야 한다. 택배회사가 대리점을 평가할 때 당일배송률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당일배송 확대로 소비자들은 원하는 상품을 신속히 배달받게 됐지만, 택배기사들의 노동 여건은 훨씬 더 열악해지고 있다.

택배노동자들의 과로를 막기 위해서는 분류 인력 충원, 배달 운임 현실화, 산재보험 의무 적용 등과 함께 무한경쟁으로 치닫는 당일배송의 폐지를 이젠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2011년 피자업계의 ‘30분 배달제’가 시민들과 배달노동자단체의 노력으로 폐지된 바 있다. 30분 안에 피자 배달이 안 되면 주문 고객에게 일정 비용을 돌려주는 30분 배달제는 20년 동안 이어져오면서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시간을 맞추려고 배달노동자들이 위험을 무릅쓰다 크고 작은 사고 발생이 끊이지 않으면서 시민들과 배달노동자단체가 나서 30분 배달제 폐지를 요구했고 업체들도 수용했다.

당일배송은 편리한 제도이지만 택배노동자들의 목숨을 담보로 계속할 것은 아니다. 지난 8월14일 ‘택배 없는 날’ 해시태그 운동에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택배노동자들에게 하루의 휴식을 제공했다. 소비자들이 작은 인내와 연대를 보인다면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기업들의 무한경쟁에 이번에도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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