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청와대에서 연 참모진과의 약식회의에서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등 공공기관이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에 투자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철저한 경위 파악을 지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정관계 로비 의혹이 제기되는 옵티머스에 다수의 공공기관이 투자한 경위를 철저히 살피라고 지시했다. 5천억원대 펀드 사기 혐의를 받는 옵티머스에는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을 비롯해 공공기관들이 1천억원이 넘는 거액을 투자해 큰 손실을 보았다.
공공기관의 간부들이 불법 로비를 받거나 개인적 친분으로 내부자금을 ‘눈먼 돈’처럼 운용하다가 거액의 손실을 자초했다면 국민이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정부 차원에서 공공기관의 자금운용과 투자관리에 문제는 없었는지, 내부 통제시스템은 제대로 작동됐는지 철저히 밝혀야 할 것이다.
공공기관이 투자한 돈은 전파진흥원 1060억원, 농어촌공사 30억원, 한국마사회 20억원, 한국전력 10억원 등 1100억원을 넘는다. 옵티머스는 이 돈을 안전하고 우량한 공기업 매출채권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해놓고, 실제로는 부실기업을 인수하거나 채권을 사는 데 멋대로 사용했다.
만약 공공기관이 투자 대상을 사전에 꼼꼼히 살폈다면, 손실을 방지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공공기관 간부와 옵티머스 간의 유착 혐의가 잇따라 드러난다. <한겨레>는 전파진흥원의 실무자가 2017년 6월 옵티머스에 투자 대상인 공공기관 매출채권 자료를 요구했으나, 옵티머스 팀장이 “정영제 대표와 (전파진흥원) 윗분이 이미 상의했다”며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또 옵티머스 관계자들은 검찰 조사에서 “정 대표가 2017년 초 전파진흥원의 최아무개 기금운영본부장을 큰돈을 관리하는 형님으로 잘 모셔야 한다면서, 한달에 1천만~2천만원 정도면 내가 원하는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최 전 본부장은 2017년 여름 정 대표와 부부 동반으로 일본 여행을 다녀왔고, 딸이 정 대표의 회사에 취업한 의혹도 제기된다.
최 전 본부장은 의혹을 부인한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자금운용을 책임진 ‘윗분’과 옵티머스 간 유착, ‘윗분’ 눈치 보기에 급급한 실무자의 안이함이 화를 자초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진위는 수사 결과를 봐야겠지만, 사실이라면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전파진흥원 외에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을 가능성이다. 정부가 전면적인 실태조사로, 책임자를 가려내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