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태년(가운데) 원내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여당이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강화 방안을 대폭 허물고 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 원칙에 역행할 뿐 아니라 애초 약속을 뒤집는 일이다. 이른바 ‘동학개미’ 보호를 명분으로 드는데, 실상을 제대로 파악한 것인지 의문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8일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세법상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 요건을 현행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기로 한 것은 2017년의 일”이라며 “그사이 변경된 사정이 있다”고 말했다. 내년 4월부터 주식 양도세를 내야 하는 대주주 요건이 종목당 ‘10억원 이상’에서 ‘3억원 이상’ 보유로 바뀌는 걸 막겠다는 얘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전날 국정감사에서 “(대주주 요건을 따질 때) ‘세대’ 합산을 ‘인별’ 기준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홍 부총리는 금액 기준을 3억원으로 낮추는 건 애초 일정대로 추진한다고 밝힌 터였다.
주식 양도세 대폭 완화는 정기국회 세법 개정안 처리 때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도 동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7일 관련 법안까지 발의했다. 이런 일에는 여야의 손발이 참 잘 맞는다.
주식 양도세 부과 대상을 2018년 15억원, 2020년 10억원으로 확대한 데 이어 2021년 3억원 보유로 넓히는 방안은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조세 정책으로 발표한 것이다. 조세 형평성을 높이자는 취지였다. 정부·여당이 국민에게 한 약속을 3년 만에 뒤집는 꼴이다.
김태년 원내대표의 말처럼 정책 추진에서는 일관성 못지않게 “상황 변화와 현장 수용성”도 중요할 것이다. 경제 상황이 바뀌면 정책도 바뀔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과세 대상을 정할 때 직계 존비속을 포함한 가족 보유액을 합산하는 방식은 재검토할 만하다. 문제는 가족 합산을 인별 기준으로 바꾸자면서도 금액 기준을 보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3억원 기준을 낮추기는커녕 도로 높여 현행대로 10억원을 유지하겠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여당이 주식 투자자들의 반발에 밀리는 모양새인데, 온당치 않다. 종목당 10억원의 주식을 갖고 있는 이들을 어떻게 ‘개미 투자자’라고 할 수 있는가.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는 정부의 세법 개정안은 상장주식과 주식형 펀드를 포괄하는 금융투자 소득에 20%(3억원 초과분은 25%)의 세금을 부과하게 돼 있지만, 시행 시기가 2023년인데다 과세 기준선인 기본 공제액이 5천만원이다. 금융투자 소득이 5천만원 미만이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지난해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 연간 소득이 5828만원이다. 온 가족이 일년 내내 땀 흘려 얻은 소득과 맞먹는 돈을 주식 투자로 벌었는데 비과세하는 게 과연 정상적인 조세 체계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여당은 자산·자본 이득에 과세를 강화해 조세 형평성을 높이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