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새벽(한국시각) 제75회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이 미국 뉴욕 유엔본부 회의장에서 상영되고 있다. 올해 유엔총회는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화상회의로 진행되고 있다. 유엔 제공/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새벽(한국시각) 유엔총회 화상 기조연설을 통해 한반도 종전선언과 동북아시아 방역·보건협력체를 공식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포용성을 강화한 국제협력’을 주제로 한 연설에서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된 이제는 한반도에 남아 있는 비극적 상황을 끝낼 때가 되었다”며 “종전선언을 통해 화해와 번영의 시대로 전진할 수 있도록 유엔과 국제사회도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라며, 지난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뒤 한동안 잊혔던 종전선언 카드를 되살린 것은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에 대한 북한의 불신을 걷어내고 대화를 복원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에는 당사국들만의 종전선언이 아니라, 국제사회와 협력해 종전선언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구상으로 진전시킨 점이 주목할 만하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중단되면서 함께 멈춰 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돌파구를 국제사회와의 협력 속에서 찾으려는 뜻이다.
이번 연설은 임기가 1년 반 정도 남은 문 대통령이 사실상 마지막 대북 제안을 국제사회에 내놨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작지 않다. 북한이 코로나19와 경제 제재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우선 의료·보건·방역 분야에서 제재를 넘어 남북협력이 이뤄지도록 하자고 밝힌 것은 시의적절한 제안이다. 문 대통령은 “남과 북은 ‘생명공동체’”라고 강조하면서 감염병과 자연재해를 극복하기 위해 함께 협력할 수밖에 없고, 방역과 보건 협력은 한반도 평화를 이루는 과정에서도 대화와 협력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위해 남북한과 중국, 일본, 몽골이 함께하는 동북아시아 방역·보건 협력체를 제안하면서 “여러 나라가 함께 생명을 지키고 안전을 보장하는 협력체는 북한이 국제사회와의 다자적 협력으로 안보를 보장받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국제협력을 계기로 참가국들 사이에 신뢰가 쌓이면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북한이 문 대통령의 제안에 전향적으로 응하길 바란다. 또 미국, 중국, 일본 등 국제사회도 코로나19 극복과 한반도 평화라는 목표를 향해 협력하자는 문 대통령의 제안을 적극 지지해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