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억원대 현금’ 재산신고 누락 의혹이 제기된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휴대전화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새로 재산신고를 한 국회의원 175명 중 15명은 지난 4·15 총선 후보자 등록 때 신고액보다 10억원 이상 재산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몇달 사이에 서민은 꿈꾸기 힘든 거액의 재산 증식을 이룬 셈이다. 상당수 의원은 단순 실수라고 해명하거나 아예 입을 닫고 있다. 그러나 선거 범죄와도 연결될 수 있는 중대 사안인 만큼, 소속 정당과 국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단호한 대응에 나서야 할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14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해 초선이거나 국회를 떠났다가 다시 당선된 21대 의원 175명 중 105명은 후보 등록 때보다 재산이 증가했다. 1~3위는 100억원 넘게 재산이 늘었다. 이 밖에도 재산신고액이 10억원 이상 늘어난 의원은 12명이나 된다. 국민의힘 8명, 더불어민주당 3명, 무소속 1명이었다. 또 부동산 재산신고액이 5억원 이상 늘어난 의원도 김홍걸 민주당 의원 등 11명에 이른다.
물론 이들 모두 고의로 재산을 뺐다가 늘리는 등의 행위를 한 것은 아니다. 재산 증가 1~9위는 올해 6월부터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돼 후보 때 액면가로 신고했던 비상장주식 가격을 실거래가로 신고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부모 재산 고지 거부 기준이 의원이 되고 난 뒤에는 후보 때보다 엄격해지기 때문에 부모 재산이 반영돼 재산이 늘어난 사례도 있다.
하지만 5개월 만에 거액이 늘었는데도 명쾌하게 사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예금 6억2천만원, 빌려준 돈 5억원을 ‘급하게 서류를 준비하느라’ 누락했다고 해명했다. 11억원이 넘는 현금을 실수로 빠트렸다니, 납득할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부인 소유 아파트 분양권과 상가 지분 절반 등을 누락하고는 “분양권이 신고 대상인지 몰랐고, 상가는 보좌진이 착오해 신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역시 국민 불신만 키울 뿐이다.
후보자가 고의로 재산을 허위 기재했다면, 유권자 선택을 왜곡시킨 중대한 범죄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경실련이 촉구한 대로 당사자와 소속 정당은 스스로 경위를 소상히 해명하고 검증받는 것이 마땅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철저한 조사와 사후 조처로 국민의 의구심을 풀어주어야 한다. 부모 재산 고지 거부 기준을 후보자와 당선자가 같게 일치시키고, 총선 후보자 재산신고 내역을 당선 뒤에도 계속 공개하게 하는 등 이참에 제도도 개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