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에 탑승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한 발언을 두고 구구한 해석과 함께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라는 문구가 이목을 끌고 있다. 특히 미래통합당에서는 최근의 정치 상황을 겨냥해 정부·여당을 비판한 발언으로 받아들이며 환영 일색의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식적으로는 ‘원론적 언급일 뿐’이라는 평가를 내놓았지만 일각에서는 ‘정치적 발언’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명확하지 않은 검찰총장의 발언에 과도한 정치적인 해석을 덧붙이는 것은 검찰의 중립성에 손상을 줄 우려가 있다.
윤 총장 발언 가운데 ‘법의 지배’와 ‘권력형 비리 수사’를 강조한 부분은 원칙적인 이야기로 시빗거리가 못 되지만, ‘독재와 전체주의’를 언급한 대목은 정치적 뉘앙스를 풍기는 게 사실이다.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평등을 무시하고 자유만 중시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다”라는 문맥을 보면 평등의 가치를 강조하는 원론으로 보인다. 하지만 독재와 전체주의가 자유를 억압하는 체제라는 점에선 앞뒤 문장이 잘 조응하지 않는다. 특히 최근 야당이 정부·여당을 공격하면서 사용하는 ‘독재’ ‘전체주의’라는 단어를 배치한 건 ‘교묘한’ 의도가 엿보인다.
만약 윤 총장이 정치적 의미를 담아 이런 발언을 했다면 검찰총장으로서 해서는 안 될 정치 행위다. 그러나 애매한 표현만으로 야당과 여권 일부에서 정치적 의도를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성급하다. 윤 총장에게 정치적 색깔을 입히고 검찰의 정치화라는 인상을 강화시키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윤 총장 발언에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해도 신중하지 못한 표현이었다는 지적은 면하기 어렵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어도 이번 발언이 정치적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예상은 가능했다고 본다. 가뜩이나 검찰의 중립성을 두고 사회적 갈등이 커지고 있는 지금 검찰총장의 발언을 둘러싼 정치적 해석과 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만 더 갉아먹을 뿐이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 대상에 윤 총장이 계속 포함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현직 검찰총장이 특정 진영의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것 자체가 검찰의 중립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윤 총장이 이 점에 대해서도 분명히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