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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6·15 20돌 앞 ‘군사 행동’ 예고한 북, 파국은 피해야

등록 2020-06-14 18:43수정 2020-06-15 09:05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2019년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했을 당시 수행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모습. 하노이/AP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2019년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했을 당시 수행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모습. 하노이/AP 연합뉴스

6·15 남북정상회담 20돌을 앞두고, 북한이 “남조선과 확실히 결별”할 뜻을 밝히며 ‘보복 행동’을 예고하는 초강경 담화를 냈다. 북한은 13일 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명의의 담화에서 “다음번 대적 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며 대남 군사 행동을 경고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대해서도 ‘철거’를 예고했다. 김 제1부부장은 이런 조처들이 “(김정은) 위원장 동지와 당과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나의 권한”이며 “우리 내부의 국론”이라고 강조했다. 대남 적대시 정책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략적 결정’이며,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이라는 예고다. 상황이 갈수록 엄중해지고 있다.

북한이 거친 언사로 남쪽에 대한 압박 수위를 계속 높이는 데에는 여러 사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탈북자 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현재의 정세와 내부 상황 등을 두루 고려해 ‘벼랑 끝 전술’로 회귀하는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년여 동안 남쪽이 미국과의 관계에 얽매여 의미 있는 조처를 실행하지 않았다는 실망과 원망도 담겨 있는 것 같다. 여기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실패와 제재 장기화, 코로나19 상황이 겹치면서 어려워진 국내 상황을 ‘외부의 적’ 탓으로 돌림으로써 내부 결속을 강화해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제1부부장의 담화가 나온 지 몇시간 만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가 심야에 긴급 소집된 것은 청와대가 상황을 심각하게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단기간에 대화를 복원하기는 쉽지 않은 국면이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상황이 최악으로 흘러 국면 전환 가능성마저 사라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미래를 내다보고 기회를 만들어가는 지혜가 절실하다. 정부는 우선 남북관계와 접경지역 국민 안전에 모두 위협이 되는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나아가 대선 국면에서 북한 문제를 방치하고 있는 미국에만 얽매이지 말고, 남북관계의 자율성을 높이며 돌파구를 만들 방안을 찾아야 한다.

북한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여맹) 간부들과 여맹원들의 대북전단 살포 항의 군중집회가 9일 황해남도 신천박물관 앞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북한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여맹) 간부들과 여맹원들의 대북전단 살포 항의 군중집회가 9일 황해남도 신천박물관 앞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북한은 되돌릴 수 없는 파국으로 상황을 몰아가지 말아야 한다. 북이 공언한 대로 9·19 남북군사합의를 파기하고,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군사적 도발에 나선다면 사태를 수습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을 엄중하게 인식해야 한다. 그동안 남북 정상이 어렵게 구축한 신뢰는 사라지고 남쪽의 여론도 차가워질 것이다. 국제적으로도 북한에 대한 여론이 악화돼 미국 대선 이후 북-미 대화 재개에도 악영향을 주게 된다. 미국과 관계가 안 풀릴 때마다 남쪽을 거친 언사로 공격하며 남북관계마저 거부하는 북의 태도는 북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15일은 남북 정상이 해방 뒤 처음으로 만나 화해와 평화의 새 시대를 선언한 지 20돌이 되는 날이다. 북은 도를 넘는 대남 압박을 멈추고 남북 합의의 정신으로 돌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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