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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코로나 연대’에 재 뿌린 대구 공직자들 ‘부당 수급’

등록 2020-06-10 16:32수정 2020-06-10 16:52

권영진 대구시장이 지난 3월23일 대구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구시가 코로나19로 생활이 힘든 시민들을 위해 각종 행사비 등을 아껴 모은 돈 2927억원으로 45만여 가구에 가구당 50만∼90만원씩 긴급생계자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대구시 제공
권영진 대구시장이 지난 3월23일 대구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구시가 코로나19로 생활이 힘든 시민들을 위해 각종 행사비 등을 아껴 모은 돈 2927억원으로 45만여 가구에 가구당 50만∼90만원씩 긴급생계자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대구시 제공
수급 자격이 없는 공무원과 교직원 등이 대구시의 코로나19 긴급 생계자금을 부당하게 받아간 것과 관련해, 10일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물으라고 지시했다. 각자가 챙긴 금액의 크고 작음을 떠나, 코로나 때문에 생계가 어려워진 이들을 애써 추려서 지원하는 돈에 공직자들이 숟가락을 얹은 행위는 참으로 낯부끄럽다. 가족이 수급 신청을 한 경우도 적지 않다지만, 상식에 비춰 당사자에게 묻지도 않고 신청한 사례가 많을 거라고 보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확인된 부당 수급 규모는 3800여 가구에 25억원 정도라고 한다. 공무원, 사립학교 교직원, 군인, 공기업과 공공기관 직원 등 공직 관련 직종이 사실상 망라돼 있다. 지자체의 긴급 생계자금은 국고보조금 말고도 마른 수건 짜듯이 각종 예산을 아껴 어렵사리 마련한 돈이다. 공직자들이 이 돈에 허투루 손을 댄 것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더구나 재난지원금을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등 시민들 사이에 형성된 사회적 연대 분위기에도 재를 뿌린 거나 다름없다.

대구시는 사후에 공무원연금공단의 명부를 대조하다가 공직자 부당 수급을 알게 됐다고 한다. 명부를 확보하려면 한달 정도 걸린다고 하니, 사전에 대조 작업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면 공직자 부당 수급이 대구시만의 문제가 아닐 공산도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정 총리가 다른 지자체의 실태도 파악하도록 한 것은 적절해 보인다. 그러나 지금처럼 비상한 시기에 중앙정부와 지자체, 유관기관의 기민한 협조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건 큰 문제다.

국외 입국자를 임시생활시설로 운송하는 전세버스에 대해 대금 지급이 턱없이 늦어진 것도 시스템 미비와 무관하지 않다. 정부는 “기존에 있지 않던 시스템을 새로 만들고 운영하다 보니 예비비 확보에 시일이 소요됐다”고 해명하고 있다. 전세버스 사업자 대부분은 개인 영세사업자들이다. 한쪽으로는 재난지원금을 쏟아부으면서, 정작 영세사업자들에게 제때 정당한 대가조차 지급하지 못한 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 서둘러 시스템 전반을 점검하고 보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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