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달팽이유니온과 금융정의연대, 한국청년연대 등 청년단체 대표들의 2013년 시위 모습.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세입자의 주거 안정성이 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수도권에서 세입자가 소득의 평균 20%를 주거비로 쓸 정도다. 세입자가 한 주택에 계속 거주하는 기간도 3.4년에서 3.2년으로 줄었다. 전·월세 인상률을 적절하게 묶고 세입자에게 계약갱신 청구권을 주는 제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국토교통부가 1일 발표한 ‘2019년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국민 주거 여건이 일부 개선됐다. ‘자가점유율’이 2015년 56.8%로 반등한 뒤 줄곧 올라 지난해 58.0%에 이른 게 한 예다. 수도권 자가점유율도 2010년 46.6%에서 50.0%로 높아졌다. 집을 갖고 있으면서 살지 않는 다주택자 가구 비중이 2010년 8.0%, 2017년 3.4%에서 지난해 3.2%로 떨어진 것도 고무적이다.
반면 세입자 가구의 주거 여건은 더 불안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월 소득 대비 월 임대료(월세로 환산한 전세 포함)는 전국 16.1%로 2018년(15.5%)보다 높아졌다. 수도권에선 같은 기간 18.6%에서 20.0%로 올랐다. 2016년 이후 18% 안팎이던 안정세에서 벗어났다. 세입자 가구의 소득보다 임대료가 더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코로나발 경제 충격이 저소득층에 집중되고 있는 흐름에 비춰볼 때 세입자의 주거 사정은 올해 들어 더 어려워졌을 것으로 보인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다수의 세입자 보호 법안들이 대개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마지막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 임대차보호법은 임대인의 계약갱신 거절 시한을 1개월 전에서 2개월 전으로 당기는 내용만 담았을 뿐이다. 세입자에게 1~2회 계약갱신 청구권을 주고 계약 기간 중 임대료 상한선을 설정하는 내용의 개정안은 모두 무산됐다.
세입자 보호망을 강화하자는 주장에는 으레 전·월세금을 끌어올린다는 식의 반론이 따라 나온다. 전·월세 시장이 비교적 안정된 지금이 제도 개선의 적기인 셈이다. 21대 국회에선 초반부터 고삐를 죄어야 한다. 오는 3일은 ‘무주택자의 날’이다. 국회가 더는 집 없는 이들의 설움을 외면하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