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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검·언 유착’ 의혹엔 입다문 채널A의 ‘반쪽 사과’

등록 2020-05-24 18:45수정 2020-05-25 02:37

지난달 28일 ‘검·언 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서울 종로구 채널에이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자 직원들이 출입자를 통제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지난달 28일 ‘검·언 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서울 종로구 채널에이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자 직원들이 출입자를 통제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협박 취재’와 ‘검·언 유착’ 의혹을 받는 <채널에이(A)>가 사과를 했다. 하지만 취재 윤리 위반은 시인했으나, 검·언 유착 의혹에 대해선 일절 언급이 없었다. ‘반쪽 사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채널에이는 지난 22일 밤 메인 뉴스인 <뉴스에이>의 앵커 클로징 멘트에서 “조사 결과, 저희 기자가 검찰 고위 관계자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이를 취재에 이용하려 한 사실을 확인했다. 명백한 잘못이고, 채널에이의 윤리 강령과 기자 준칙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채널에이의 이아무개 기자는 지난 2월 금융 사기 혐의로 복역 중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편지를 보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 인사의 관련성을 알려달라고 했다. 이어 이 전 대표의 지인과 만나 “협조 안 하면 지금보다 더 죽는다” “유시민을 치면 검찰도 좋아할 것이다” 등 협박과 회유를 했고,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 검사장과의 통화라며 녹음도 들려줬다.

이 사건의 본질은 두 가지다. 먼저 언론 윤리를 저버린 취재 행태다. 곤경에 처한 취재원을 압박해 ‘표적 취재’를 한 것이다. 두번째는 이 기자와 검사장이 공모했는지 여부다. 사실이라면 취재 윤리 위반보다 더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도 채널에이는 취재 윤리 위반만 사과하고 검·언 유착 의혹에 대해선 함구했다.

채널에이는 자체 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21일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기자와 검찰 고위 관계자의 통화 기록은 확인했지만, 사람 이름과 조직 등은 다 가려져 있다”며 “매우 미흡한 보고서”라고 말했다. 앞서 채널에이의 김재호·김차수 공동대표도 지난달 9일 방통위 조사에서 “해당 기자가 접촉한 검찰 인사가 누구인지 특정할 수 없다”고 진술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가 누구냐는 이 사건의 핵심인데도 계속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다.

방통위는 지난달 채널에이에 대한 종편 재승인 심사에서 방송의 공적 책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문제가 확인되면 재승인을 취소한다는 ‘철회권 유보’ 조건을 달아 재승인을 통과시켰다. 검·언 유착이 사실로 드러나면 재승인을 취소하겠다는 것이다. 빈말로 그쳐선 안 될 것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도 검·언 유착 의혹을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하지만 채널에이가 먼저 스스로 공개하는 게 마땅하다. 채널에이는 보고서를 25일 회사 누리집에 올릴 계획이라고 한다. 검찰 고위 관계자가 누구인지, 또 무슨 내용으로 왜 통화를 했는지 솔직히 털어놔야 한다. 그게 언론으로서 책임지는 자세다.

▶ 관련 기사 : 채널A, 늑장 제출한 자체보고서에서도 진실 감추기 ‘급급’

▶ 관련 기사 : ‘검·언 유착 의혹’ 채널A 기자 검찰 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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