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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전 인류를 위한 ‘코로나 백신’, 돈벌이 수단 안 된다

등록 2020-05-15 18:15수정 2020-05-16 02:35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의 로힝야 난민 캠프. 로이터 연합뉴스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의 로힝야 난민 캠프. 로이터 연합뉴스

다음주 세계보건기구(WHO) 총회를 앞두고 세계 각국의 지도자와 전문가 140명이 ‘전 인류를 위한 백신’이라는 제목의 공동 서한을 14일(현지시각) 유엔 사이트를 통해 발표했다. 안전하고 유효한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면 신속하게 대량 생산해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무상으로 공급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이들은 부유한 국가들이 자금을 내어 전 세계적인 백신·치료약 제조·공급 계획을 마련해 투명하게 공급하고, 무엇보다 코로나19와 최전선에서 맞서는 의료진, 취약계층, 빈곤국에 우선적으로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금은 가장 부유한 기업과 정부의 이익이 생명 구조라는 보편적 요구보다 앞서게 하거나 도덕적 임무를 시장의 힘에 맡겨서는 안 되는 시기”라고 호소한 대목이 마음에 와닿는다. 이 서한에는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 등이 참여했고, 한국에선 한승수 전 국무총리와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도 동참했다.

인류를 덮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할 희망인 백신과 치료약은 특정 국가가 독점하거나 제약회사의 돈벌이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런 점에서 전 세계가 백신과 치료약을 공유하자는 제안이 나온 것은 반가운 일이다. 백신과 치료약 개발이 성공하더라도 가장 절실한 이들에게 제때에 공급될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미국은 이달 초 백신 개발을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 회의와 자금 모금을 보이콧했다. 프랑스 제약회사 사노피는 자금을 지원한 미국에 백신을 최우선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당장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격노하며 백신은 공정하게 공급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다국적 제약업체 길리어드가 치료제 후보인 렘데시비르로 폭리를 취하려 한다는 ‘약값 갑질’ 의혹도 제기됐다.

미얀마 정부의 박해를 피해 탈출한 로힝야족 100만명이 거주하는 세계 최대 난민촌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가장 힘없는 이들이 코로나19 위협 앞에 속수무책으로 놓여 있다. 국제사회가 나서야 한다. 부유한 국가와 사람들만 백신과 치료약을 가질 수 있다면, 코로나19는 세계 곳곳에서 반복적으로 출현해 인류를 끊임없이 공격할 것이다. 공존과 연대만이 인류를 구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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