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30일 도쿄 의회에서 열린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마스크를 쓴 채 발언하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9일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한국과의 협력”을 언급했다.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한국계 의원의 질의에 “한국과 계속 코로나 감염증 대응에 협력하고 싶다” “한국은 이웃나라이고 중요한 나라다”라고 답변했다.
아베 정부는 그동안 한국의 코로나19 방역 성공을 무시하면서 한국을 깎아내리는 데 급급했다. 일본 정부와 언론은 사태 초기에 자국의 대응을 자화자찬하면서 한국이 ‘의료 붕괴’ 상황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5일 일본 정부는 우리 정부와 사전 협의도 없이 기습적으로 한국인의 무비자 입국과 비자 발급을 중단하는 등 ‘입국 거부’ 조처를 취했다. 도쿄올림픽 연기 발표 뒤 일본 내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요청하면 의료용품 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일본 정부는 도움을 요청하기를 꺼려왔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최근까지도 “한국산 진단키트는 성능이 구체적으로 파악돼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위기 때마다 ‘혐한 카드’로 지지율을 높여온 아베 총리는 한국에 도움을 요청할 경우 보수 지지층이 반발할 것이라는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해 7월 수출규제에 나선 아베 정부가 한국의 지원을 받으면 이 문제에서 양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아베 총리의 행태가 염치없기는 하지만, 양국 모두 지난 일에 너무 얽매여 있을 때가 아니다.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해 국민들을 고통에 빠뜨린 아베 정부는 이제라도 이웃나라의 성과를 겸허하게 인정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용기를 보여야 한다. 우리 정부도 일본 정부가 공식적인 요청을 해오면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국제 공조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한·일의 코로나19 공동 대응은 양국 관계를 다시 복원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