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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미국으로 넘어가는 ‘성착취 범죄’ 솜방망이 처벌

등록 2020-04-21 17:55수정 2020-04-22 02:39

그래픽 박향미 기자 phm8302@hani.co.kr
그래픽 박향미 기자 phm8302@hani.co.kr

법원이 20일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인 ‘웰컴투비디오’(W2V)의 운영자 손아무개씨에 대해 범죄인 인도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난해 5월 1년6개월의 실형이 확정돼 복역 중인 손씨는 27일 출소를 앞둔 상태였다. 손씨는 출소하지 못한 채 곧바로 미국으로 인도될 가능성이 높다. 법무부는 지난해 4월 미국 법무부의 범죄인 인도를 요청받은 뒤 관련 논의를 진행해왔다.

손씨가 미국으로 넘겨지면 한국에서보다 훨씬 무거운 처벌을 받을 것이 확실하다. 미국 법원은 아동 성착취물을 제작하면 초범이라도 15~30년형을 선고한다. 웰컴투비디오에서 내려받은 불법 영상물을 소지했다는 이유만으로 자국 남성에게 징역 10년형을 내리기도 했다. 미국은 손씨의 ‘국제 자금세탁’ 혐의까지 겨누고 있다고 한다. 우리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다.

웰컴투비디오 사건은 32개 나라가 공조 수사를 벌여 밝혀낸 국제 범죄다. 그런데 검거된 310명 가운데 무려 223명이 한국인이었다. 이것은 결코 우연한 결과로 볼 수 없다. 이전에도 ‘소라넷’, ‘에이브이스누프’(AVSNOOP), ‘양진호 웹하드’ 사건 등이 끊이지 않았으나 하나같이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웰컴투비디오 사건에서도 이용자 대부분은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받았다. 그리고 우리는 또다시 ‘엔(n)번방’ 사건과 마주했다.

우리의 법률과 양형기준, 사법 판례는 성착취 범죄에 대한 ‘제도적 피난처’가 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손씨에 대한 미국의 사법 절차와 그 결과는 성착취 범죄에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해온 한국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것이다. 어쩌다 이런 극악한 범죄를 스스로 엄벌하지 못하고 다른 나라 손에 넘기게 된 건지 개탄스럽다.

엔번방 사건에 대한 여론이 들끓자 정부와 정치권 등은 ‘엔번방 재발 방지 3법’ 추진과 양형기준 강화 등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달 통과된 딥페이크법(성폭력 범죄 처벌 특례법 일부 개정안)은 제작 주문자에 대한 처벌 조항이 빠져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예술 작품으로 생각하고 만들 수도 있다”, “청소년들은 자주 그런 짓을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말이 오간 걸 상기하면 이런 ‘빈틈’도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 20대 국회는 남은 임기 동안 엔번방 관련 법을 반드시 처리하고 대법원은 서둘러 양형기준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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