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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반성 없는 미래통합당이 자초한 ‘세월호 망언’ 파문

등록 2020-04-09 18:26수정 2020-04-10 02:40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9일 오전 국회에서 ‘차명진 후보의 세월호 망언’ 등에 대해 “죄송스럽다”며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9일 오전 국회에서 ‘차명진 후보의 세월호 망언’ 등에 대해 “죄송스럽다”며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미래통합당 지도부가 9일 차명진 후보(경기 부천병)의 ‘세월호 망언’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국민 여러분을 실망시키고 화나게 한 점 정말 죄송스럽다”고 밝혔고, 황교안 대표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미래통합당은 ‘세대 비하’ 논란을 빚은 김대호 후보(서울 관악갑)를 제명한 데 이어 차명진 후보의 제명 절차에 착수했다.

그러나 차 후보는 오히려 세월호 유족이 사과해야 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이 어찌 이리 뻔뻔하고 몰염치할 수 있는 건지 개탄스럽기 짝이 없는 행동이다. 미래통합당의 대응은 일견 신속하고 단호한 듯 보이나, 실은 이런 문제에서 엄정하지 못했던 그간의 잘못이 불러온 필연적 참사임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4월 세월호 유가족을 향해 “가족의 죽음을 회 쳐먹고 찜 쪄먹고 뼈까지 발라먹는다”며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을 했던 차명진씨를 버젓이 공천했을 때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막말 인사를 공천에서 배제하겠다’는 공천관리위 공언에도 불구하고 차씨는 경선을 통해 부활했고, 민경욱 후보(인천 연수을)는 두차례의 탈락 결정에도 끝내 공천을 받았다. 그 직접적 책임이 황교안 대표에게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황 대표는 지난해 5·18 망언을 한 이종명 의원도 1년 넘게 징계를 미루며 흐지부지하다 올해 2월 위성정당 참여 길을 터주려 제명하는 꼼수를 부렸다. 그런 전력의 미래통합당 지도부가 선거를 코앞에 두고 국민에게 사과한다 한들 누가 그 진심을 믿을 수 있겠는가.

또다시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의 마음을 사정없이 할퀸 차명진 후보 망언을 단순히 ‘공천 잘못이 부른 참사’로만 보는 것은 너무 좁은 시각이다. 근본적으로는 박근혜 정권 시절에서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미래통합당의 퇴행적 모습이 사태의 본질이라 할 수 있다. 초유의 국정농단과 탄핵 사태를 거치면서 미래통합당은 ‘새로운 보수’ ‘변화와 혁신’을 누누이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로 바뀐 것은 전혀 없다는 게 차 후보의 망언에서 분명히 드러난 셈이다.

한치의 반성과 혁신의 비전 없이 오로지 ‘정권 심판론’만으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안이하기 짝이 없는 자세가 최근 잇따르는 ‘막말 파문’의 근원임을 미래통합당은 깨닫길 바란다. 그러고도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호소할 수 있는 건지, 스스로 냉정히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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