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입국자에 대한 2주간의 격리조치가 시행되기 하루 전인 8일 오전 김포공항 국제선청사에 일본으로 가는 승객들이 몰려 탑승 수속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과 일본이 9일 0시부터 서로 상대국 국민의 입국 규제를 강화하는 조처에 들어갔다. 코로나19 확산 차단이 명분이나, 사실상 외교적인 상응 조처라는 성격이 짙다. 감염병과의 싸움이 한-일 두 나라 간 싸움으로 비화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이라도 두 나라는 효과가 불분명한 외교적 상호 조처를 중단하고, 실질적인 방역 협력을 위한 논의에 초점을 맞추길 바란다. 특히 한국민에 대한 입국 규제를 먼저 시작한 일본 정부가 해결의 실타래를 풀 책임이 있다.
9일 0시부터 한국에서 일본을 방문하는 이들은 14일간 격리 대상이 되고, 이미 발급한 일본 입국사증(비자)의 효력이 중단됐다. 한국인에게 적용하는 90일 이내 무비자 입국도 한시적으로 중단됐고, 신규 비자 발급 역시 어려워졌다. 우리 정부도 상응 조처로 일본 국민에게 발행된 한국 입국사증의 효력을 중단하고 신규 비자 발급 절차를 강화했다. 또 일본에서 입국하는 승객은 특별입국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불편은 고스란히 두 나라 국민에게 돌아간다. 4월 새 학기에 맞춰 일본에 들어가야 하는 한국인 유학생들은 일본의 비자 효력 중단 조처로 자칫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사업차 일본을 자주 찾는 기업인들 또한 마찬가지다. 일본 쪽의 피해도 작지 않다. 일본 언론들은 ‘정치적 판단을 우선한 정책 때문에 경제 등에 큰 혼란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설령 경제적 여파가 크더라도 입국 규제와 차단이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꼭 필요하다면,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아베 정부의 주장을 보면, 과학적인 근거에 입각해 입국 규제 조처를 내놓았다기보다, 거세지는 정권 비판에 대응하기 위한 조처로 강경 대응을 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한국이 일본보다 많지만, 검사 건수는 일본이 한국에 비해 턱없이 적은 게 한 예다. 지금까지 일본의 검사 건수는 모두 1만2천여건으로, 한국의 하루 검사 건수에도 미치질 못한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일본이 과연 우리만큼 (코로나19 대응에서) 투명하고 적극적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한 건 그런 점에서 일리가 있다.
한국과 일본은 더이상 감염병 문제를 외교적 갈등 사안으로 몰고 가선 안 된다. 두 나라의 선진적 방역 시스템을 활용해 ‘방역 협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게 옳은 방향이다. 그게 한-일 관계뿐 아니라 감염병 퇴치에도 효율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