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인 김지형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가 지난 1월9일 서울 서대문구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삼성의 준법경영을 위해 만든 준법감시위원회가 5일 삼성의 노조·승계 등의 문제에 대해 전향적 변화를 요구하는 권고안을 전달하기로 했다. 준법위는 앞서 삼성이 임직원의 연말정산자료를 통해 진보성향 시민단체 후원 여부를 파악한 것에 대해 사과와 재발 방지를 촉구했고, 삼성이 받아들인 바 있다.
무노조 경영과 경영승계는 일부 사법 처벌을 받았고, 글로벌 기업의 명성에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전근대적 경영 관행이다. 준법위 권고를 기다릴 게 아니라 조속히 진정한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기를 바란다.
무노조 경영은 이미 유죄 판결을 받은 삼성전자서비스와 에버랜드 노조 파괴 사건에서 그 실체가 드러났다. 표적감사, 해고, 위장폐업, 경찰에게 뇌물 제공 등 각종 불법행위로 고위 임원이 줄줄이 실형선고를 받았다.
경영승계는 유죄 선고를 받은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 공여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증거 인멸 사건의 근본 배경으로 꼽힌다. 수사 중인 삼바 분식회계와 삼성물산 합병 의혹 사건도 마찬가지다. 이건희 회장도 삼성에스디에스 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 발행으로 유죄 선고를 받았다.
이에 대해 삼성은 진정으로 사과한 적이 없다. 노조와해공작 사건 유죄 선고 이후 입장문에서도 “노사 문제로 인해 많은 분께 걱정과 실망을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 앞으로 미래지향적이고 건강한 노사문화를 정립해나가겠다”고 두리뭉실하게 표현했다. 무노조 경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계속 하겠다는 것인지 모호하기 짝이 없다.
대법원의 뇌물공여 사건 선고 이후 입장문도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다. 앞으로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판에 박힌 내용으로 일관했다.
진정한 사과는 솔직한 잘못 인정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라는 세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이제까지 삼성의 태도는 이와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다. 김지형 준법위원장도 삼성의 임직원 후원 내역 무단열람 사과를 “꼼수”라고 질책했다고 한다. 삼성이 “회사가 해당 자료를 어떠한 목적으로도 활용한 바 없다”고 궁색한 변명을 늘어놨기 때문이다.
진정 준법경영 의지가 있다면 굳이 준법위 권고를 기다릴 이유가 없다. 준법위가 뇌물공여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이재용 봐주기’용이라는 우려를 낳는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