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 하에 초대형 방사포 연발시험사격을 진행했다고 29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중앙통신 홈페이지에 공개된 사진으로, 차륜형 이동식발사대(TEL) 위 4개의 발사관 중 1개에서 발사체가 화염을 뿜으며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2019. 11.29
북한이 2일 원산 인근에서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지난해 11월28일 이후 95일 만이며 올해 들어선 처음이다. 이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안정을 해치는 위험한 도발이다. 특히 온 나라가 코로나19 감염병의 유행으로 어수선한 틈을 타 이런 무력시위를 감행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자제를 촉구한다.
합동참모본부의 발표를 보면, 이날 낮 원산 인근에서 동해 북동방향으로 발사된 발사체는 고도 35㎞까지 솟으며 240㎞를 비행했다. 북한이 지난해 2월 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종종 발사한 신형 방사포나 전술 지대지미사일 등으로 추정된다. 미국 등 국제사회에서 크게 문제 삼지 않는 단거리 미사일이지만, 사실상 ‘어떤 종류의 탄도미사일 발사도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란 점엔 변함이 없다. 청와대는 긴급 관계부처 장관 회의를 열어 “한반도 긴장완화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도발 중단을 강하게 촉구했다.
이번 발사는 동북아시아 전체가 코로나19 감염병의 퇴치와 방역에 온 힘을 쏟고 있는 엄중한 시기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있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남북 간 ‘보건분야 협력’과 ‘감염병 확산 공동대응’ 등을 제안해 놓은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북한이 하루 만에 도발을 한 건,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남북관계를 더욱 어렵게 할 여지가 많다.
한·미 군당국이 애초 이달 초로 예정됐던 연합 군사연습을 연기하고 일부에선 사실상 취소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미사일 발사가 이뤄진 점도 유감이다. 이런 조정은 본래 코로나19 감염병의 군 내부 확산을 막기 위해 이뤄진 것이지만, 일정 정도 북한의 훈련 중단 요구를 수용한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연말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세상은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럼에도 이번 도발이 전략무기와 거리가 먼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그친 대목은 눈여겨볼 여지가 있다. 북한의 의도가 북-미 대화의 판을 깨기보단 미국의 결단을 압박하려는 쪽에 더 무게를 둔 것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도 연말 대선을 빌미로 현상 유지에만 힘쓸 게 아니라 현실적인 협상안을 마련해 북-미 대화에 나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