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타워에서 열린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첫 회의에서 김지형 위원장(오른쪽)이 이인용 삼성전자 대외협력(CR) 담당 사장(왼쪽) 등 위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위원장 김지형 전 대법관)가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타워 사무실에서 첫 회의를 열고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김 위원장과 이인용 삼성전자 대외협력(CR)담당 사장 등 7명으로 구성된 준법감시위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소속 주요 계열사 경영에 대한 감시 활동을 벌인다. ‘준법·윤리 경영의 파수꾼 역할을 하겠다’는 애초 취지대로 성과를 거둬, 삼성에 얽힌 불법·변칙의 그림자를 지우는 데 일조하기를 바란다.
준법감시위 출범을 두고는 기대감 이상으로 우려와 의구심이 여전히 많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준법경영 강화를 요구한 데 따라 설치된 기구라, ‘이 부회장 감형용’에 불과하다는 관측과 비판이 일찌감치 제기된 터다. 권한의 불명확성, 내부 정보 파악의 한계를 고려할 때 독립적인 외부 감시기구라는 이름에 걸맞게 활동 내용 또한 독립적이고 자율적일지 여전히 의문이다.
준법감시위의 독립성과 자율성은 기구의 명분이나 취지만으로 달성되지 않는다. 행동과 실천으로 증명해야 한다. 당장 현안인 ‘노동조합 이메일 삭제 사건’부터 철저히 조사하길 바란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6일과 29일 두 차례에 걸쳐, 노조가 사원들에게 보낸 노조 가입 독려 전자우편을 일방적으로 삭제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노조와해 공작 사건에 대한 법원의 실형 선고 직후, 사과 뜻을 담은 입장문을 내고 ‘미래 지향적이고 건강한 노사 문화를 정립해나가겠다’고 한 약속을 뒤집은 거나 다름없다.
이날 6시간 가량 이어진 감시위 첫 회의에선 이메일 삭제를 비롯한 ‘노동 탄압’ 사안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고 한다. 하지만, 회의 뒤 내놓은 보도자료에선 이런 현안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이 없었으며 위원회의 권한, 운영 방식 등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담았을 뿐이었다.
김지형 위원장이 감시위의 영역으로 내부 거래, 뇌물수수는 물론이고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까지 포함하겠다고 밝힌 만큼 사회적 비판을 부른 현안을 모른 척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선 노조 이메일 삭제 경위를 밝히고 응분의 조처를 통해 ‘무노조 경영’에서 탈피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
삼성은 외부 감시기구 출범에 맞춰 내부 준법감시 조직을 법무팀 소속에서 대표이사 직속으로 분리, 변경했다. 또 준법감시 조직을 별도로 두지 않았던 계열사에도 전담 부서를 새로 만들고 있다고 한다. 이런 행보가 실질적인 준법·윤리 경영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기업의 준법경영 감시망을 갖추는 일이 대주주의 법적 곤경을 일시 모면하기 위한 이벤트에 그친다면 한국 사회에도, 삼성의 앞날에도 불행이라는 점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