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선거권 국민연대’가 2017년 1월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출범식을 열었다. 당시 출범식에 참석한 청소년들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이정우 <한겨레21> 선임기자 woo@hani.co.kr
국회가 지난 27일 만 19살이던 선거연령을 18살로 낮추는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내년 총선부터 고등학교 3학년 일부가 투표를 할 수 있게 됐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만 19살부터 투표권을 가진 나라는 우리가 유일했다. 이번에 선거법을 개정하면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함께 선거연령을 내린 것은 참정권 확대를 위한 큰 진전으로 평가할 만하다.
선거연령 하향을 사실상 반대했던 자유한국당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등 보수 교육단체들은 선거법이 통과되자 “학생까지 정치판에 끌어들이려는 시도”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이는 명분이나 실질 면에서 모두 설득력이 없다. 입대와 혼인, 8급 이하 공무원 응시 연령 등은 모두 18살인데 선거연령만 19살인 불일치가 그동안 계속됐다. 우리나라에서 18살은 법적·사회적으로 성인으로 대우받는 나이이고, 사회의 미래를 고민하면서 결정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 성숙하고 책임감을 갖춘 ‘18살 청년’을 고교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주권 행사에서 배제하는 건 구시대적 사고에 빠져 있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내년 총선에서 투표권이 부여되는 18살 유권자는 53만2천명 정도라고 한다. 상당한 규모의 새 유권자가 유입되는 것이다. 정치권은 이를 청년정책 업그레이드의 계기로 삼길 바란다. 창당을 준비 중인 새로운보수당은 피선거권도 현행 만 25살에서 20살로 낮추는 방안을 언급했고, 정의당은 선거연령을 오스트리아 등처럼 만 16살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치권은 정책과 인물, 선거제도 등 모든 면에서 청년이 주인 되는 세상, ‘더 젊어진 정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교육 현장에선 ‘18살 투표’가 처음 실시되는 만큼 정치적 중립을 엄중히 지키면서, 학생들이 자유롭고 차분하게 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시·도 교육청 가운데 처음으로 내년 3~4월 관내 초·중·고교 40곳에서 ‘모의선거 프로젝트 학습’을 진행하기로 했다. 독일 등과 같이 우리도 청소년들에게 내실 있는 민주시민 교육을 함으로써 민주주의의 토대를 확고히 해야 한다. 선거 과정에서 학교가 지나치게 정치에 휩쓸리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신중히 강구돼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학교에서의 연설이나 명함 배부 등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인데, 유관 기관들이 신중히 협의해 합리적 제도를 마련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