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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죽음의 외주화’ 구조 비껴간 ‘김용균’ 대책

등록 2019-12-12 17:59수정 2019-12-13 02:38

지난 10일 충남 태안군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열린 고 김용균씨 추모제에서 한 추모객이 내려 놓은 안전모 위에 국화가 놓여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 10일 충남 태안군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열린 고 김용균씨 추모제에서 한 추모객이 내려 놓은 안전모 위에 국화가 놓여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김용균 노동자 1주기를 맞아 발전산업 노동자 안전강화 방안을 12일 발표했다. 당정이 지난 8월 김용균 사망사고 특조위의 권고안에 대해 답을 내놓은 노력이나, 산업재해 통합관리제 적용 등 새로운 대책을 포함한 점은 평가한다. 하지만 핵심인 ‘죽음의 외주화’ 구조에 대한 대책으로선 미흡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기술적’ 접근만으론 산재사고를 멈출 수 없다는 사실은 올 한해도 끊이지 않았던 수많은 죽음이 증명하지 않았나.

당정의 이행계획에는 내년부터 발전산업도 원·하청 산재를 통합해 관리한다는 내용과 함께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산재예방 및 작업현장 개선요청 수용 여부 반영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 노동자들의 공공기관 신설을 통한 정규직화 추진 등이 포함됐다. 원·하청 노동자 사이 사망사고 ‘감점 차별’을 없애기로 했고, 의혹이 제기됐던 인건비 착복을 막기 위한 여러 장치도 마련했다.

하지만 하청노동자에 산재사고가 쏠리는 이유가 원청과 대등한 위치에서 일할 수 없는 구조 자체에 있음을 생각하면, 이를 비껴간 대책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특조위의 민영화·외주화 철회나 전력산업 재편 요구도 당정은 ‘현실적 여건’을 이유로 부정적 답변을 내놨다. 특히 권고안 1번이었던 직접고용 문제는 경상정비와 연료·환경설비 운전을 분리한데다, 그조차 본사 직접고용이 아닌 자회사를 통한 방식이다. 지난 2월 당정 협의 때와 달라진 게 없다. 자회사를 통한 전환이 무조건 ‘악’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자회사가 본사와 대등하게 현장에서 권한을 가질 수 있을까. ‘책임의 공백’ 상태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 방식은 ‘또다른 김용균’을 막는 데 한계가 있음이 명확하다.

엊그제 국가인권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전 5사에서 산재로 목숨을 잃거나 다친 사상자의 97.6%가 하청 노동자였다. 전체의 27%에 해당하는 간접고용 노동자에게 산재 대부분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직접고용 방안이 원칙은 맞지만 직접고용은 안 된다”는 이날 발표가 비정규직의 끝없는 죽음 앞에 어떻게 합리화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당장 구조를 바꾸기는 어렵더라도 최소한 방향은 명확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조차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안전강화 대책의 철저한 이행과 더불어, 정부의 근본적인 정규직화 문제 점검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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