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청년비정규직 고 김용균 1주기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마친 어머니 김미숙씨가 분향하기 위해 분향소로 향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첫 출근을 앞두고 새 양복을 입은 채 쑥스러운 웃음을 보이던 그의 영상 속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지난해 12월10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24살 청년 김용균씨의 죽음은 산업재해와 ‘죽음의 외주화’ 문제를 우리 사회 중대한 의제로 끌어올렸다. 그로부터 1년, 우리는 얼마큼 와 있나.
다짐과 변화가 있긴 했다. 정부는 2인1조 근무, 점검 시 가동중단 뒤 작업 등 긴급안전조치를 발표하고, 2022년까지 산재사고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꿈쩍 않던 국회는 어머니 김미숙씨의 호소 앞에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 이른바 ‘김용균법’을 통과시켜 특수고용노동자들로까지 산재보험 대상을 확대했다. 그의 사고를 조사한 특별조사위원회는 700쪽이 넘는 보고서를 통해 김용균씨의 죽음이 ‘개인의 부주의’가 아니라 ‘구조적 죽음’임을 밝혀내고 22개 권고안을 내놨다. 그런 노력과 변화를 폄훼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지난 1년9개월간 중대재해로 숨진 노동자가 1600여명이란 통계(<경향신문>)가 말하듯, 노동현장 현실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이달 초 고용노동부의 공공부문 및 민간 대형사업장 399곳에 대한 불시점검 결과를 보면, 88%인 353곳이 시정지시를 받고 사용중지 명령을 받은 사업장도 12곳에 달했다. 엊그제 ‘고 김용균 노동자 1주기 추모위원회’가 연 토론회에선 발전소, 조선소, 집배원 문제 등 각 부문에서 꾸려졌던 조사단의 권고안 중 제대로 이행된 게 거의 없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발전소에서 김용균씨 죽음 이후 달라진 건 방진마스크 지급 정도라는 현장의 목소리는 참담하다.
비용 절감을 내세운 무분별한 외주화·민영화 같은 구조가 원인임은 그동안 숱하게 지적된 바다. 하청노동자들의 산재사망 만인율은 원청보다 8배가량 높다는 조사도 있다. 하지만 발전소의 직접고용도, 조선소의 다단계 하청구조 전환도, 집배원의 토요근무 폐지와 인력충원도 이행은커녕 운도 떼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번에 풀기 어려운 문제임은 안다. 노동계에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요구하는데, 원청의 책임을 조금 더 강화한 정도의 산안법 시행(새달 16일)에도 누군가는 경영 부담을 말한다. 비용뿐 아니라 정규직과의 갈등과 같은 문제도 있다. 그래도 하루 평균 3명의 노동자가 추락하고, 끼이고, 깔려서 목숨을 잃는 현실보다 더 중요한 게 있을까. 공론화라도 시작해보자. ‘노동 존중’을 내건 정부의 최소한의 임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