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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수백개 민생법안 볼모로 한 ‘필리버스터’ 규탄한다

등록 2019-11-29 18:41수정 2019-11-30 02:02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9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9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자유한국당이 29일 ‘유치원 3법’을 비롯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던 199개 안건에 대해 무더기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신청했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를 위한 이른바 ‘민식이법’, 사립유치원 회계투명성 강화를 위한 유치원 3법, 데이터경제 활성화를 위한 ‘데이터 3법’ 중 일부, 대체복무제 관련 법 등 다수의 민생·경제 법안이 처리될 예정이었지만 급작스러운 필리버스터 신청으로 회의 자체가 열리지 못했다.

자유한국당의 이런 행동은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검찰개혁 법안의 본회의 처리를 사전에 봉쇄하려는 초강수로 보인다. 황교안 대표가 8일간 해오던 단식 중단을 공식 발표한 뒤 투쟁 동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고육책으로도 읽힌다. 하지만 선거법과 공수처법 저지를 위해 199개의 민생·경제 법안까지 싸잡아 필리버스터로 묶어버린 건 뭐라 강변해도 명분 없는 일이다. 민생을 볼모로 한 극한적인 정치투쟁은 국민 지지를 받을 수 없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두 개의 독재악법을 강행하려는 입법쿠데타를 막지 않는다면 역사에 큰 죄를 짓는 것”이라며 “이번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필리버스터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국회법 규정에 따라 패스트트랙에 오른 법안들에 대해 ‘입법 쿠데타’ 운운하는 것 자체가 우선 말이 되질 않는다. 오히려 국회법을 무시하고 패스트트랙을 저지한 자유한국당 행태가 ‘입법 방해’에 해당한다.

더구나 패스트트랙 법안만이 아니라 199개에 달하는 민생·경제 법안 모두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하겠다는 건 전례 없는 일이다. 과거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시절 필리버스터를 한 적이 있지만, 테러방지법 등 정치적 쟁점 법안에 한정했다. 그러나 이번에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 법안만 필리버스터를 할 경우 물리적으로 저지가 어려울 것을 우려해 모든 법안을 필리버스터 대상으로 정해버렸다. 아예 정기국회를 마비시키겠다는 심산이다.

이렇게 되면 새달 10일까지로 예정된 정기국회는 패스트트랙 법안은 물론이고 내년도 예산안, 민생·경제 법안 등 어느 것 하나 처리하지 못하는 ‘식물국회’로 전락하게 된다. 자유한국당이 국회법에 정한 필리버스터를 하는 것은 자유지만, 여야 이견이 없는 민생법안들까지 그 대상으로 삼는 건 옳지 않은 일이다. 황교안 대표가 단식 중단을 선언하자마자 초강수를 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황 대표가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힘들게 단식을 하다가 마지못해 중단한 만큼 이를 기회 삼아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협상을 벌일 수도 있었다.

국회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제1야당이 민생을 외면한 채 정치투쟁에만 골몰하면 국민적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자유한국당은 이번 행동이 제 발등을 찍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닫고 당장 중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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