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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MB 때가 쿨했다’는 윤석열의 황당한 중립론

등록 2019-10-18 17:27수정 2019-10-18 19:04

윤석열 검찰총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눈주위를 만지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윤석열 검찰총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눈주위를 만지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검찰의 정치적 중립 보장에 대해 “이명박 정부 때가 상당히 쿨했다”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국정감사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당장 정연주 전 <한국방송>(KBS) 사장은 페이스북에 ‘검찰 권력집단의 오만과 무지, 인권이 침해당하는 피해자에 대한 철저한 무신경, 황당한 역사 인식을 본다’며 ‘섬찟하다’는 글을 올렸다. 한학수 <문화방송> 피디도 ‘그 시기에 피디와 작가들이 체포되고 수갑을 차야 했다’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 시기 검찰 행태는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의 ‘MB정부 5년 검찰보고서’에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무엇보다 정권의 ‘충견’ 노릇을 한 노무현 전 대통령 표적수사를 빼놓고는 ‘정치 검찰’ 행적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 윤 총장이 자랑스레 언급한 대검 중앙수사부는 ‘이명박 청와대’가 국세청까지 동원해 하명한 수사에 적극 나서 악명 높은 ‘논두렁 시계’ 사건까지 저지르며 직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윤 총장이 검찰 중립을 조금이라도 고민해온 검찰의 최고책임자라면, 아니 최소한 일반 국민 수준의 상식과 역사인식을 가졌다면 어떻게 이명박 정부 시절의 대검 중수부를 입에 올리고, 더구나 ‘쿨’ 운운할 수 있단 말인가. 기가 차고 황당해서 말문이 막힌다. 그런 사람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개혁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총장 자리에 앉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코미디 아닌가.

비판이 고조되자 대검은 뒤늦게 “이명박 정부에서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순차적으로 검찰 수사 과정의 경험 및 소회를 답변하려 했다”며 “특히 현 정부는 과거와 달리 법무부에 처리 예정 보고를 하지 않고 청와대가 검찰의 구체적 사건 처리에 일절 지시하거나 개입하지 않는다는 점을 설명하려 했다”는 해명을 내놨다. 그러나 당시 영상을 아무리 봐도 그 말을 믿기 어렵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검찰 정치중립 보장을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선뜻 이명박 정부 시절의 대검 중수부 등 특수수사 3년 경험을 언급하고는 “박근혜 정부 때는 다 아시는 거고, 그렇다”고 끝냈을 뿐 더 이상 말을 이어가려는 태도가 아니었다.

혹시 윤 총장은 보수정부 대통령들 잡아넣었으니 이제는 보수 언론·야당의 주문에 코드 맞춰 수사하고 평가해주는 게 ‘중립’이라고 착각하는 건 아닌가. 이해하기 힘든 윤석열 식 ‘검찰 중립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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