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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세입자 보호’ 방치하는 국회, ‘민생’ 말할 자격 없다

등록 2019-10-15 18:39수정 2019-10-16 10:54

지난 7일 국회 도서관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연대’ 출범식이 열렸다. 연합뉴스
지난 7일 국회 도서관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연대’ 출범식이 열렸다. 연합뉴스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대표적인 ‘민생 법안’이 주택 세입자 보호를 강화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다. 1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확인한 결과, 20대 국회에서 모두 41건의 개정안이 제출됐는데 임기 만료를 8개월여 앞둔 현재 단 한건도 처리되지 않았다. 이들 법안에는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전월세 신고제, 깡통전세 피해 예방을 위한 집주인의 정보 제공 의무화 등 각종 세입자 보호 방안들이 망라돼 있다. 말만 무성할 뿐 실행은 따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주택 임대차 기간은 1989년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난 뒤 30년째 요지부동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지난해 1회의 계약갱신청구권을 인정해 10년 동안 이전과 동일한 조건으로 안심하고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들은 1회의 계약갱신청구권을 인정해 4년을 보장하는 안이 많고, 현행 초·중등 학제를 고려해 6년으로 늘리는 안도 있다. 전월세 상한제는 임대료 인상률 상한선을 연 5% 이내로 하되 구체적 인상률은 시행령으로 정하는 안이 대부분이고, 지역별 실정을 감안해 상한선 안에서 자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정하는 안도 있다. 전월세 신고제는 주택 매매처럼 30일 안에 실거래가 신고를 의무화해 세입자가 따로 확정일자를 받지 않아도 보증금을 되돌려 받게 하는 제도다. 또 집주인의 정보 제공 의무화는 예비 세입자가 기존 임대차 정보를 정확히 알 수 있게 해 깡통전세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런데도 보수 언론들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에 반대한다. 지난달 정부와 여당이 당정협의를 열어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자 일제히 반대했다. 집주인의 재산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집주인이 제도 시행 전에 미리 전월세 가격을 올려 오히려 세입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고양이 쥐 생각해주는 꼴이다. 주택 공급이 많아 전월세 시장이 안정돼 있는 지금이야말로 세입자 보호를 강화할 수 있는 적기다. 집주인들이 일방적으로 전월세 가격을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세입자가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으면 굳이 무리해서 집을 살 이유가 없다. 2년마다 이사 걱정, 전월세값 인상 걱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집을 사려는 수요가 집값 불안을 부추긴다. 세입자 보호 강화는 집값 안정에도 기여한다.

지난 7일은 유엔이 제정한 ‘세계 주거의 날’이었다. 국회의 법안 처리 지연을 보다 못한 100여개 시민단체들이 이날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연대’를 출범시켰다. 이들은 “대한민국 세입자의 처지는 살기 위해 떠도는 유목민과 다름없다”며 “주요 선진국들은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등을 도입했다. 세입자 권리 보호를 더 미뤄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국회가 응답해야 한다. 지난해 기준 전국의 무주택 가구 비율이 39%에 이른다. 수도권은 46%로 절반에 육박한다. 세입자 보호만큼 중요한 ‘민생’은 없다.

▶ 관련 기사 : ‘깡통 전월세’ 세입자 피해 예방 법안, 국회에서 수개월째 낮잠?

▶ 관련 기사 : 4년 단위 전월세·임대료 상한제 ‘한묶음’ 돼야 좋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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