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사법농단’ 단죄 없이 어떻게 ‘사법신뢰’ 회복할 텐가

등록 2019-05-12 18:05수정 2019-05-12 19:34

김명수 대법원장이 최근 법관 10명을 징계청구함으로써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사법부의 행정 조처가 마무리됐다. 전현직 법관 14명이 재판에 회부됐고, 지난해 12월의 8명을 포함해 모두 18명이 대법원 징계위에 넘겨졌다. 그러나 지난해 솜방망이 징계에 이어 이번에도 늑장 징계로 시효를 넘기는가 하면 명단도 공개하지 않아 과연 사법개혁 의지가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김 대법원장이 말로는 ‘국민 신뢰 회복’을 바란다면서도 실제로는 법원 내부를 의식해 ‘제 식구 감싸기’식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검찰 통보 65일 만에, 그것도 66명 가운데 겨우 10명만 징계위에 넘긴 것은 늑장 청구에다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3월 국회에서 “검찰 통보 내용과 법원행정처 자료 등을 종합 검토하고 대면조사도 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징계시효가 임박한 시점에 두달 이상 걸린 건 늑장 조사란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2016년 3~4월에 ‘물의 야기’ 법관 불이익 인사 조처, 헌법재판소 동향 수집·보고나 대필 기사 게재, 통합진보당 소송 개입,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인사모(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소모임) 와해 시도 등이 집중적으로 이뤄져 징계시효(3년)가 임박했는데도 인원을 보강하는 등 조사를 서두르지 않은 건 의심스럽다. 결국 검찰이 통보한 66명 가운데 32명의 징계시효가 지나버렸고 나머지 34명 가운데 24명도 결국 징계를 피했다. 지난해 솜방망이 징계에 이어 이번에도 단죄 의지는 애초부터 약했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물의 야기’ 법관 인사 조치 문건 작성 등 사법농단에 깊이 개입한 현직 대법관에게 결국 면죄부를 준 것은 사법부 신뢰에 결정적인 흠으로 남을 것이다. 재판거래와 동료 사찰에 개입했던 판사들이 아무 일 없었던 듯 재판에 나서는데도 공정성을 의심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요구한다면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게다가 징계청구자 명단조차 비공개한 데서는 재판받는 국민을 무시한 오만함이 묻어난다. 대법원은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 등엔 비공개할 수 있다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9조를 이유로 내세웠으나 법에도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것일 뿐 반드시 비공개하라는 건 아니다. 이탄희 전 판사(현 변호사)가 지적했듯이 ‘재판받는 국민은 내 사건을 맡은 판사가 명단에 포함돼 있는지…알 권리가 있다’. 국민의 최소한의 알 권리조차 막아놓고 ‘국민의 믿음’을 회복해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명수 대법원은 ‘양승태 대법원’이 사법농단 과정에서 저지른 재판거래·개입의 유산도 청산해야 할 책임이 있다. 케이티엑스 승무원 등 노동 관련 판결이나 과거사 판결 등 ‘정부 협조’를 위해 무리하게 하급심을 뒤집은 판결들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60cm 면도날 철조망’ 세운 경호처…윤석열 오늘은 체포될까 1.

‘60cm 면도날 철조망’ 세운 경호처…윤석열 오늘은 체포될까

윤석열 내란의 세계사적 맥락 [박노자의 한국, 안과 밖] 2.

윤석열 내란의 세계사적 맥락 [박노자의 한국, 안과 밖]

우리는 ‘멍청함’과 싸워야 한다 [왜냐면] 3.

우리는 ‘멍청함’과 싸워야 한다 [왜냐면]

지리산에서…어제 만난 약초꾼, 오늘 만난 스님 4.

지리산에서…어제 만난 약초꾼, 오늘 만난 스님

달려야 한다, 나이 들어 엉덩이 처지기 싫으면 [강석기의 과학풍경] 5.

달려야 한다, 나이 들어 엉덩이 처지기 싫으면 [강석기의 과학풍경]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