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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여권, 보궐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의 경고’ 직시해야

등록 2019-04-04 18:27수정 2019-04-04 18:54

‘1대1’이지만 내용상 야에 ‘0대2’ 패배
인사 실패와 오만이 민심 이반 불러와
정책과 인사에서 특단의 대책 내놔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4·3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범여권과 자유한국당이 1승1패씩을 주고받았다. 경남 창원성산에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단일후보인 여영국 정의당 후보가, 통영·고성에서는 정점식 자유한국당 후보가 당선됐다. 선거 결과는 겉으론 무승부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여권의 ‘0 대 2’ 패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권은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엄중한 민심을 직시하고 심기일전해서 근본적 쇄신에 나서야 한다.

개표 결과 통영·고성에선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자유한국당 정점식 후보에게 23%포인트 차로 졌고, ‘진보정치 1번지’라는 창원성산에서도 여영국 후보가 강기윤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줄곧 뒤지다 가까스로 504표 차의 신승을 거뒀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이곳에서 민주당이 약진했던 것과 비교하면 민주당의 퇴조, 자유한국당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선거 결과를 놓고 “무승부이니 승패가 없는 싸움”이라든가 “불모지에서 선전했다”는 식의 안이한 평가를 해선 곤란하다. 최악을 모면했다고 안도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와는 판이하게 돌아가는 민심을 잘 헤아려야 한다. 이번 선거를 민심의 엄중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여권은 최근 계속된 국정 난맥상의 원인을 짚어 민심을 되돌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경제 전반의 부진한 성적표가 민심 이반의 근본 원인인 만큼 경제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의 큰 기조를 유지하되 개별 정책의 효용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부동산 투기, 아들 호화 유학 등 최근 인사의 난맥상도 민심 이반을 가속화했다. 특히 이를 제대로 거르지 못하고, 나중엔 감싸는 모습까지 보임으로써 국민에게 오만하게 비쳤다.

인사의 틀을 지금보다 훨씬 포용적이고 개방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청와대 인사검증라인 등 일부 참모를 개편해야 한다. 국정 운영도 청와대 독주가 아니라 당과 내각이 폭넓게 참여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

자유한국당 역시 이번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바라봐야 한다. 정부여당이 궁지에 몰렸으니 더욱 거세게 몰아붙이면 내년 총선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선거법 개정 문제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개혁입법에서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고 사사건건 훼방 놓는 식이라면 오히려 국민 심판에 직면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이 ‘2 대 0’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은 황교안 대표 체제 이후 이런저런 망언에서 보인 ‘우클릭 행보’가 중도층을 끌어들이는 데 한계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이번 선거를 계기로 책임있고 합리적인 대안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정의당은 이번에 고 노회찬 의원의 지역구를 되찾아 의석수를 6석으로 회복한 만큼 개혁의 견인차가 돼야 한다. 민주평화당과 협력해 노 의원의 사망으로 상실됐던 ‘평화와 정의’ 교섭단체를 재구성함으로써 합리적인 캐스팅보트 역할에 주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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