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18일 오후 김학의 전 차관 사건 등의 재조사 시한 연장을 논의 중인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학의·장자연·버닝썬 사건에 대한 엄정 수사를 지시했다. 시점은 묘하나 시민단체와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통해 김학의·장자연 사건과 용산참사 사건의 재조사 시한 연장 및 재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 지시는 이에 대한 응답으로 볼 만하다. 김학의·장자연 사건은 새로운 증언과 증거들도 터져나오던 터이니 검찰은 재수사에 나서야 마땅하다.
‘김학의 사건’과 관련해 최근 피해 여성이 방송 인터뷰를 통해 검찰 수사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등 다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최근 국회에서 김 전 차관이 등장하는 동영상이 얼굴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였다고 증언했다. 검찰이 애초 김 전 차관을 불기소하면서 제시한 근거들도 여러모로 흔들리고 있다. 검찰은 성폭행을 당했다는 여성 3명에 대해 “강간 피해를 당한 직후 달아나려고 시도하거나 피해 신고를 하지 않았다”거나 “강간 피해를 당한 사람의 일반적 행동과 동떨어진다”며 이들의 주장을 배척하고 김 전 차관을 기소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피해자다움’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다. 그러나 피해자들의 주장이 매우 구체적일 뿐 아니라 ‘피해자다움’을 기준으로 한 검찰 판단은 최근의 판례 경향과도 배치된다.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한다면 시효도 남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굳이 과거사위 권고나 대통령 지시가 아니더라도 국민적 신뢰 회복을 위해 검찰 스스로 재수사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 애초 실세 차관이란 점을 의식해 ‘봐주기 수사’를 한 게 아닌지도 밝혀야 한다.
고 장자연씨의 동료 배우 윤지오씨 역시 이 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과거사위 진상조사단에 나와서는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에 적혀 있던 언론인 3명과 국회의원의 이름을 진술했다고 한다. 장씨 사건은 초기부터 통화기록 확보와 분석 등 기본적인 수사조차 소홀히 한 흔적이 역력하다.
두 사건 모두 문 대통령 지적처럼 ‘고의적인 부실수사’나 ‘적극적인 비호·은폐 정황’이 엿보이는 게 사실이다. 이날 과거사위가 활동기한을 2개월 연장했으나 결국 강제수사권을 가진 검찰이 나설 수밖에 없다. 치부를 스스로 드러내고 도려내지 않으면, 검찰의 신뢰 회복은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