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 검출 뒤 전국에서 수거된 대진침대 매트리스가 충남 당진항 야적장에 쌓여 있는 지난해 6월 모습. 당진/연합뉴스
지난해 5월 ‘대진침대 사태’에 이어 신세계 계열 까사미아, 미국 브랜드인 씰리침대 제품에서도 법적 안전 기준치(연간 1밀리시버트)를 넘어서는 방사성 물질 라돈이 검출돼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높다. 정부의 관련 조사마저 부실해 불신을 키운다. 라돈은 폐암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물질로 꼽혀, 세계보건기구(WHO)가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대진침대 사태 뒤 정부 당국의 조사는 두 갈래로 이뤄졌다. 매트리스 제조업체에 대한 조사와, 라돈 발생 원료인 모나자이트 추적 조사였다. 이 중 매트리스 조사를 맡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기표원)은 관련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평이다. 부처 협력 차원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를 도왔을 뿐이라는 내부 관계자의 실토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조사 대상과 방식도 불신을 더했다. 기표원의 조사 대상은 매트리스 제조사 49곳이었고 이는 침대협회와 가구산업협회로부터 임의로 받은 것이었다고 한다. 씰리침대는 이 명단에 없었다. 공백과 허점이 많았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더욱이 매트리스 제조사에 모나자이트를 사용했는지 묻고, 상품소개 책자에 음이온 광고를 했는지를 파악한 뒤 회사 대표의 서명을 받는 식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장비를 활용한 방사능 측정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제대로 된 조사와는 거리가 멀다.
원안위의 다른 한 갈래 조사인 모나자이트 사용 추적도 허점을 드러냈다. 수입 경로를 따라 유통·사용 업체 66곳을 조사했다지만, 실상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다. 씰리침대도 이들 업체에서 원료를 받아 썼지만 파악되지 않은 게 한 예다.
원안위 쪽 설명대로 사전 전수조사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침구류뿐 아니라 온수매트, 생리대 같은 다양한 제품에서 문제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와 언론 등의 제보를 통해 정부 당국으로 이어지는 ‘천수답 조사’에만 의존할 일인지 의문이다. 제보만 기다리며 건별로 대응하다가는 소비자의 불안과 불신을 키우게 되고, 이는 결국 업계 전체의 존폐 문제로 직결될 수 있다. 정부 당국은 물론이고 업계 차원에서도 소비자 불안을 해소할 방안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