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 의혹을 수사 중인 민군합동수사단 단장인 노만석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장(왼쪽에서 둘째)이 7일 서울동부지검에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여야가 8일 박근혜 정부 시절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검토 문건’과 관련해, 국회 국방위 차원에서 청문회를 하기로 합의했다. 민군합동수사단이 전날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의 국외 도피로 핵심 의혹을 밝히지 못한 채 수사를 중단한 데 따른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이를 두고 “태산명동 서일필”이라며 청와대와 여당을 비판했다.
기왕에 여야가 청문회를 열기로 한 만큼, 근거 없이 정쟁만 벌일 일은 아니다. 박근혜 정부 말기 ‘탄핵 정국’ 와중에 문건이 만들어진 경위와 문건의 성격, 관련 인물 등에 대한 엄밀한 진상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 필요하다면 핵심 증인들을 불러 철저히 캐물어야 한다. 정치적 유불리로 ‘제 식구 감싸기’ 식 청문회가 돼선 안 된다.
합수단의 중간 수사발표는 기대에 못 미친 부분이 없지 않았다. 지난 7월 수사에 착수한 뒤 김관진·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등 204명을 조사했지만, 문건 작성 사실 이외에 구체적인 계엄 준비 여부를 확인하진 못했다. 이를 지시하고 보고받았을 가능성이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은 수사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자유한국당이 “시민단체와 더불어민주당, 청와대의 삼각 커넥션이 만든 허위 내란음모”라고 비난하는 건 지나치다. 조 전 기무사령관이 도피한 상황에선 애초부터 수사가 쉽지 않았다. 기무사가 계엄 검토 사실을 감추기 위해 위장 티에프(TF)를 만들고, 조 전 사령관이 탄핵 정국 동안 5차례나 은밀히 청와대를 방문한 것은 심상찮은 정황 증거다. 당시 청와대와 군부 최고위 인사들이 은밀히 계엄을 검토하고 준비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어차피 이 사건은 시간을 두고 차분히 진실을 밝힐 수밖에 없다. 정치권이 섣부른 예단으로 제 입맛에 맞는 주장만 늘어놓을 일이 아니다. 청문회가 실체에 다가갈 수 있도록 여야 모두 냉정하고 객관적인 자세로 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