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2일 고위 공직자들의 주택소유 현황을 분석한 자료를 내놓았다. <한겨레> 자료 사진
고위 공직자들 상당수가 집을 두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이고, 서울 강남 지역에 집을 많이 갖고 있다는 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이 이미 공개된 바 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2일 내놓은 분석자료는 이런 상식을 다시 확인해줄 뿐 아니라,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같은 부동산정책 입안 부처에서 그 정도가 심하다는 걸 보여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정부 정책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빌미의 하나다.
심 의원이 청와대와 행정부처의 1급 이상 국가공무원, 그 관할 기관 부서장 등 총 639명의 정기재산변동 관보(2017년말 기준, 3월29일 게재)를 분석한 결과, 전국에 집을 두채 이상 가진 이는 298명으로 전체의 47%에 이르렀다. 다주택자 비율은 공정거래위원회 75%, 금융위원회 62%, 국세청 60%, 국토교통부 55%, 기획재정부 54% 순으로 높았다. 강남 3구에 집을 갖고 있는 사람은 33%인 210명이었다. 힘 있는 사정기관이나 부동산정책 유관 부처에서 비율이 높은 건 이 대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국세청의 강남 집 보유자가 80%로 가장 높았고, 공정위 75%, 금융위 69%, 기재부 54%, 한국은행 50%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에 거주하던 서울 홍은동 집을 지난해 10월 팔아 1주택자가 됐다. 지난해 8·2 부동산대책 발표 때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다주택자들은 살지 않는 집을 4월까지 파시라”는 식으로 고위 공직자들에게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뒤 이렇다 할 변화가 없었던 셈이다.
고위 공직자가 다주택을 보유하고, 강남 지역에 집을 갖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비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이 때문에 정책 담당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결정을 내린다고 단정하는 것도 섣부르다. 하지만 정부 정책 방향과 어긋나는 고위 공직자들의 행태는 국민의 정책 불신을 야기하고 정책 추진력을 떨어뜨리는 쪽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고위 공직자들이 주택시장 상황의 엄중함을 생각해서 어떤 식으로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이해 상충’의 문제를 푸는 방법을 고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앞으로 실수요 범위를 벗어난 부동산은 주식처럼 백지신탁하도록 해서 논란이 불거지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