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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재벌은행 금지’ 시행령에 위임, 문제 있다

등록 2018-09-17 06:00수정 2018-09-17 09:09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7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혁신 현장 방문’ 행사에서 인터넷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완화 추진 방침을 밝히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7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혁신 현장 방문’ 행사에서 인터넷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완화 추진 방침을 밝히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국회 정무위 여야 간사가 재벌의 은행 소유를 금지하는 규정을 법 조항이 아닌 시행령에 맡기는 내용의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제정안에 합의했다고 한다.

인터넷전문은행에만 적용하는 특례법이라고 해도 재벌(자산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의 은행 소유를 막는 은산분리 원칙을 모법이 아닌 행정부 소관의 시행령(대통령령)에 두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훗날 재벌에 은행 소유의 길을 터주는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이런 내용의 대안을 논의한 더불어민주당 정책의총에서 반대 목소리가 많이 나왔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여당인 민주당은 애초 재벌을 은산분리 완화 대상에서 배제하는 내용을 특례법 본문에 담는 것에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였다. 다만,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산업자본 주주인 카카오와 케이티(KT)가 곧 자산 10조원을 넘을 예정이거나 이미 넘은 사정을 고려해, 정보통신기술(ICT) 비중이 큰 회사는 예외로 두자는 쪽이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여기에 반대하자 서로 하나씩 주고받는 과정에서 은산분리 원칙을 시행령에 위임하는 쪽으로 돌아섰다고 한다.

국내 법체계에선 가뜩이나 시행령이 상위 법률을 침해하는 일이 잦다는 비판이 많다. 시행령에 포괄적인 위임을 하고, 그에 따라 행정부 재량권이 너무 큰 탓에 ‘시행령 공화국’이라거나 ‘법령의 하극상’이란 말까지 나온다. 정부 업무가 다양해지고 전문화함에 따라 법에 모든 걸 담을 수 없어 시행령에 위임하더라도 대원칙에 해당하는 내용까지 넘기는 것은 국회 스스로 현행 법체계의 난맥상을 키우는 꼴이다. 자칫 금융산업 혁신, 소비자 편익 제고라는 인터넷전문은행 취지까지 의심받을 수 있다. 흐름에 맞게 법을 바꾸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도록 길을 열더라도, 큰 원칙에 해당하는 일은 신중하게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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