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너희들이 낳아봐라.” “막상 낳아주면 키우는 건 누가 키워주냐.” 최근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김학용 의원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이들이 저출산의 책임을 여성과 젊은층에게 넘기는 발언으로 공분을 샀기 때문이다.
김학용 의원은 지난 7일 “요즘 젊은이들이 내가 행복하고 내가 잘사는 것이 중요해 애 낳는 것을 꺼리는 것 같다. 아이를 여러명 낳는 것이 중요하다는 기존의 가치관이 바뀌었기 때문이다”라며 “청년들이 가치관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출산주도성장론’을 제기하며 출산 때 2천만원 등 자녀 1명당 평생 1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들은 복지 관련 재정 지원을 출산 부부에게 집중해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한다.
두 의원의 이런 발언은 여성과 젊은층에게 ‘출산의 의무를 부과하는’ 낡은 인식의 연장선이다. 일자리, 주거, 교육, 육아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젊은층은 정작 아이를 낳고 싶어도 못 낳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으면 누군가 직장을 그만두거나 도우미를 써야 한다. 경제적 손실은 물론 경력 단절 등으로 미래 자체가 흔들린다. 아이를 믿고 맡길 공공 보육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많은 경우 노부모가 결혼한 자식을 대신해 손자·손녀의 육아를 책임진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는 데 약간의 재정 지원으로는 턱없이 모자란다. 더욱이 자유한국당은 과거 ‘태어나서부터 5세까지 아이를 둔 가정에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주자’는 정책이나 ‘학교 무상급식’에 반대했다. ‘출산주도성장론’이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하기 위한 정치적 미사여구라고 의심받는 이유다. 10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61.1%가 김성태 원내대표의 출산주도성장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여성은 자유한국당은 물론이고 민주당 등 정치권 전체의 인식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돈 줄 테니 애 낳아 키우라’는 접근법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동일하다는 것이다. 정치권은 저출산의 책임을 젊은층에게 돌리기보다 주거 안정, 어린이집 확충, 육아휴직 및 인사제도의 획기적 개선 등 종합대책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게 훨씬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