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이 급등하자 당정청이 집값 안정을 위해 연일 굵직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0일 종합부동산세 강화 방침을 밝힌 데 이어 3일엔 서울 등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를 정부에 요구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등록 임대주택에 대한 세금혜택 축소 방침을 밝혔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3일 수도권 공급물량 확대와 함께 거래세 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다. 주택 시장에 비상이 걸리자 당정청이 전방위로 나서는 형국이다.
그러나 여전히 현상 진단과 처방에서 혼선을 드러내고 있다. 국토부는 수도권 30만채 추가 공급 계획을 발표하면서도 현재 공급 물량이 부족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는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은 적절한 수준이며 종부세가 집값 급등의 직접 원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이른바 ‘원 보이스’가 중요하다. 진단과 대책에서 한목소리가 나와야 한다는 뜻이다. 중구난방식 대응은 금물이다. 정부가 갈피를 못 잡고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 시장에선 정부가 정책 기조를 바꾼 게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온다.
부동산 대책은 심리전 성격이 강하다. 정부 정책이 믿음을 잃으면 집값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다. 당장 집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도 주택 구입에 뛰어든다.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사야 한다는 불안감이 급속히 번지기 때문이다.
집값 안정은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양질의 공공주택을 충분히 공급하는 길 외에는 대안이 없다. 세제·금융·청약제도 등 투기 억제책과 주택 수급대책이 정교하게 결합되어야 한다. 국토부, 기재부, 금융위원회, 국세청, 지방자치단체 등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제각각 뛰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는 그렇지 않다고 억울해할 수 있지만, 적어도 시장에선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무엇보다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컨트롤 타워’가 없는 탓이 크다. 국토부 장관이 책임을 맡고 관련 부처와 청와대, 민주당까지 참여하는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 강력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컨트롤 타워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철학과 방향을 분명히 제시하고 종합적이며 체계적인 정책을 내놔야 한다. 그리고 정부 임기가 끝날 때까지 흔들림 없이 정책을 추진한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이것이 국민 불안을 가라앉히고 시장을 안정시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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