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이번에는 당시 법원행정처가 청와대를 위해 소송서류를 아예 대필해준 정황이 드러났다. 전교조가 낸 법외노조 통보처분 집행정지 사건에서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이 재항고이유서를 고용노동부에 전달해 이를 대법원에 제출하게 했는데 사전에 행정처가 감수·대필해준 의혹이 짙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상고법원에 명운을 걸다시피 한 양승태 대법원이 강제징용 소송뿐 아니라 전교조 사건도 청와대와 재판거래 대상으로 삼고, 소송서류 작성에서 재판 개입까지 ‘풀코스’로 협조해줬을 가능성이 크다. 어떤 사법농단 의혹보다 충격적이다.
2013년 10월 고용부가 ‘법외노조’라고 통보한 뒤 전교조는 집행정지 신청을 내 1·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이에 불복해 고용부가 대법원에 재항고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고용부의 재항고이유서가 임종헌 당시 행정처 기조실장의 컴퓨터에 들어 있었다. 그것도 대법원에 제출되기 하루 전인 2014년 10월7일치로 작성돼 있었다. 문제는 다음날인 10월8일에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이 이유서를 고용부에 전달해 그날로 대법원에 제출하게 했는데, 임 차장 컴퓨터 속 문서와 소제목 등 형식과 내용이 매우 유사했다는 것이다.
행정처는 이 사건의 대법원 결정을 앞두고 ‘득실 판단’을 검토하는가 하면, 본안 사건에 대해 재판장과 통화해 진행상황과 선고일정까지 확인하는 등 이례적으로 개입했다. 박근혜-양승태 회동을 앞두고 작성한 말씀자료에는 결국 고용부 손을 들어준 점을 들어 ‘국정운영 협조 사례’로 꼽는 등 ‘재판거래’ 정황이 뚜렷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법원은 압수수색 영장을 납득하기 힘든 이유로 기각하며 법 위에 ‘판사 카스트’가 있다는 비난까지 자초하고 있다. 퇴직자나 말단 법관에게만 책임을 돌린다면 비겁한 법원이다. 이제라도 수사협조 약속을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