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오래 내고 덜 받는 방향’의 국민연금 개편방안이 알려지며 논란이 뜨겁다. 복지부는 12일 ‘정부안이 아니라 재정계산위원회 등의 자문안일 뿐이며 논의를 거쳐 10월에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미리 개편안을 정해둔 것 아니냐’는 불신도 상당하다. 이제까지 ‘고갈 시점’을 늦추기 위한 땜질처방을 해온 탓이 크다.
그동안 2060년으로 예상되어왔던 기금 고갈 시점은 이번 재정계산에서 3년 정도 앞당겨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보험료율 인상, 의무가입 기간 연장, 고령자 연금액 삭감 등의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생애평균소득과 비교한 노후연금액을 가리키는 소득대체율은 45%를 유지하자는 주장과 예정대로 2028년까지 40%로 낮추되 기초연금 등 다층적인 방안을 강화하자는 주장이 맞선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 쪽도 가입자로선 혜택은 줄고 부담은 느는 방향이다 보니, ‘결국 보험료만 내다가 죽으라는 얘기 아니냐’는 불만부터 ‘국민연금 폐지론’까지 나오고 있다. 수급개시 연령을 65살에서 68살까지 미룰 수 있다는 보도도 분노에 불을 지폈다.
국민연금은 노후소득 보장방안의 핵심이다. 하지만 소득대체율이 계속 낮아지며 ‘용돈연금’이란 평가를 받아왔다. 3년 전 공무원연금 개편 때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까지 올리자고 정치권도 동의한 이유다. 동시에 연금은 ‘세대간 연대’적 성격을 띠기에, 현세대와 후세대의 부담비율이 어느 정도가 적정한지 또한 중요한 문제다. 그동안은 반발을 우려해 보험료율은 98년 이후 묶어놓은 상황에서 소득대체율을 낮추거나 개시 연령을 미뤄왔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저출산·고령화가 가속화하는 한국 사회에서 이런 방식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냉정하게 보면 ‘기금 고갈’은 조금 빠르냐 늦느냐일 뿐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다. 많은 선진국들은 이미 적립식에서 그해 가입자의 보험료나 세금으로 충당하는 부과식으로 연금제도를 바꿨다. 하지만 이런 개혁은 국가가 국민 노후를 보장해준다는 신뢰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공무원연금 등은 기금이 모자라면 국가와 지자체가 부담하도록 명시되어 있는데, 국민연금은 이조차 없다는 것도 문제다. 단순히 ‘기금 고갈’이 쟁점이 아니라, 국민 노후 보장에 대한 국가의 역할을 확인하며 전면적인 사회적 논의를 이끌어내는 방향이 필요하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