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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정보기관’ 뺨치는 양승태 법원행정처의 민낯

등록 2018-07-31 20:49수정 2018-07-31 20:57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 농단’ 의혹과 관련한 미공개 문건 196건이 31일 공개됐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 농단’ 의혹과 관련해 196건의 문건이 31일 공개됐다. 이로써 지난 5월25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의 컴퓨터에서 추출한 410건 중 중복 문건을 제외한 전체 문건의 전모가 드러났다. 대법원이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청와대와 거래를 시도하고, 국회·언론 등에 전방위로 대응한 방식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정세분석과 정보취합은 물론 대응전략까지, 사법행정기관이라기보다 ‘정보기관’이나 재벌그룹의 ‘전략기획실’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2015년 8월6일 당시 양 대법원장과 박근혜 대통령 회동을 앞두고 만들어진 설명자료에는 ‘청와대가 원하는 특정 유형 사건을 필수적으로 대법원 심판 사건으로 추가 가능’하다며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전체 등을 예시했다. 사법부에 청와대가 영향력을 행사할 길을 터주겠다는 제안은 사법부 스스로 독립을 포기한 것이다. 검찰 숙원인 체포·구속 영장제도 개선 등의 방안으로 법무부를 설득하자는 문서에선 헌법 가치 측면에서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에 대한 고민조차 찾아볼 수 없다. 국회의원을 정치적으로 압박하거나 회유하는 방안을 검토한 정황도 드러났는데, 법사위 의원들의 입장 및 특징 서술을 보면 ‘사찰’에 가까운 정보도 들어 있다. 또 일반 국민을 ‘내 사건은 대법원에서 재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기적인 존재들’로 규정하며 ‘이기적인 국민들 입장에서 상고법원이 생겼을 경우, 어떠한 장점이 있는지 접근’하라고 했다. 헌법상 기본권인 재판받을 권리를 가진 국민을 업신여기며 상고법원 도입 논리로 활용하라는 것이다.

<조선일보> 관련 문건들도 공개됐다. 법원행정처는 2015년 4~5월 조선일보를 통한 홍보전략 문건을 집중적으로 만들었는데, 그즈음 이 신문엔 상고법원 기획기사와 관련 칼럼들이 잇따라 실렸다. 이 신문에 실린 전문가들의 기고문이 파일에 포함된 것은 대필 가능성을 보여준다. 문건에 제시된 광고비 등이 실제 이런 기사의 ‘대가’로 집행됐는지 밝혀야 할 부분이다.

이번 문건 공개는 최근 양 전 대법원장 관련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이 기각하며 ‘특별재판부’ 도입 여론이 높아진 데 대한 대응 성격이 있다. 그나마 곳곳에 비실명 처리로 ‘구멍’을 뚫어 공개라 하기에도 민망하다. 법원은 문건 공개로 모든 걸 다 했다고 착각해선 안 된다.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응해 사법 농단의 실체 규명에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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