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철도노조 케이티엑스(KTX) 열차승무지부 해고 승무원들이 21일 오후 서울역에서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에 참여한 승무원 180명에 대한 한국철도공사 직접고용에 잠정합의안에 대한 기자회견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2006년 파업을 벌이다 해고된 케이티엑스(KTX) 승무원들이 12년2개월 만에 일터로 돌아간다. 전국철도노조와 코레일은 21일 180명의 해고 승무원들을 내년까지 단계적으로 정규직에 특별채용하기로 합의했다. 서울역 천막농성장에서 소식을 들은 승무원들은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터뜨렸다고 한다. 무려 4526일 만의 승리다.
여성인 해고 승무원들이 그동안 겪었을 숱한 아픔과 고통을 생각하면, 이번 합의를 마냥 환영할 수만은 없다. 추운 겨울 천막에 의지해 여러 해 농성했고, 때론 40m 높이의 서울역 철탑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인 적도 있다. ‘빨갱이냐’ ‘노조꾼이냐’는 식의 근거 없는 비난은 더 견디기 힘들었다고 한다. 그래도 이들의 복귀는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또 긴 시간이 흘러도 결국 정의는 이긴다’는 작지만 소중한 교훈을 우리 사회 한켠에 아로새긴 것 같아 감동적이고 뿌듯하다.
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다. 해고 승무원들은 2010년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내 1, 2심에서 승리했지만,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이에 좌절한 어느 해고 승무원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했다. 그 무렵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이 직접 작성한 문건에 “사법부가 VIP(박근혜 대통령)와 BH(청와대)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협조해온 사례”라며 케이티엑스 승무원 사건을 예시한 사실이 얼마 전 공개됐다. ‘양승태 대법원’이 이 사건의 대법원 판결을 두고 청와대와 뒷거래를 했다는 정황이 이제야 드러난 것이다.
검찰은 21일 임종헌 전 차장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그러나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법원에 의해 기각됐다.
해고 승무원들의 마음을 온전히 감싸려면, 당시 양승태 대법원과 청와대 사이에 과연 ‘재판 거래’가 있었는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복직 합의는 진실 규명을 위한 첫걸음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