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이후 구미보에서 발견되지 않게 된 멸종위기종 백조어. 환경부 제공
물은 흘러야 하고, 고인 물은 썩는다. 정부가 29일 발표한 ‘4대강 보 개방 1년 중간결과 및 향후 계획’은 이 평범한 상식의 재확인이다. 정부가 지난해 6월부터 1년 동안 4대강 16개 보 가운데 10개 보를 단계적으로 개방해 수질·생태계 등 11개 분야 30개 항목을 점검한 결과다.
보 개방으로 물이 머무는 시간은 29%에서 최고 77%까지 줄어든 반면, 흐르는 속도는 27%에서 최고 431%까지 빨라졌다. 물 흐름 개선에 따라 수질이 나아졌다는 결과 또한 새삼스럽지 않다. 수문을 완전히 열어젖힌 세종보, 공주보에서는 조류 농도(클로로필 에이)가 개방 전에 견줘 40%, 영산강 승촌보에선 37% 줄었다.
무엇보다 반가운 건 생태계의 변화다. 세종보·승촌보 구간에서 여울과 하중도가 생기고, 물가 생태공간이 넓어져 동식물이 살기에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승촌보에서는 노랑부리저어새(멸종위기 2급) 개체 수가 늘었고, 세종보 상류에서는 독수리(멸종위기 2급)가 처음 관찰되기도 했다. ‘환경 홀로코스트’라는 비난을 샀던 4대강 사업의 아류가 다시는 되풀이되는 일이 없어야 함을 확인시켜주는 결과다.
남은 숙제는 철거 등의 방식으로 보를 처리하는 일이다. 정부는 4대강 보 처리 방안을 내년 6월 이후에 정하기로 했다. 지난해 5월 청와대 발표 때에 견줘 6개월 이상 미뤄지는 셈이다. 취수장이나 양수장 탓에 보를 아예 개방하지 못했거나 충분히 열지 못한 데가 있어 추가 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의 이날 논평도 ‘빠른 처리’보다 ‘제대로 된 처리’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정부 공언대로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처리 방안을 마련해, 4대강을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터전으로 가꾸는 계기를 마련하기 바란다. 그 과정에서 일부 정부부처가 4대강 사업에 얽힌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는 걸 꺼려 소극적으로 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