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의 사법 농단 대책을 논의한 전국법관대표회의(의장 최기상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가 11일 “형사절차를 포함한 성역 없는 진상조사와 철저한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고 선언했다. 일선 법관들의 공식 대표기구가 이번 사건을 법원 내에서 해결할 수 없음을 다시 확인한 것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법관회의가 “국민의 공정한 재판에 대한 신뢰 및 법관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훼손된 점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분명히 밝힌 것도 이번 사건의 핵심을 제대로 짚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제 공은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넘어갔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작성된 문건을 제대로 읽어본 사람이라면 ‘재판 거래’나 판사 사찰 등 심각한 범죄에 가까운 일들이 실제 벌어졌을 가능성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형사절차를 통한 철저한 책임 추궁을 요구하는 일선 법관들의 목소리는 국민 여론과 다르지 않다. 강제수사 절차를 통해서라도 사법 농단의 진실을 그대로 드러내고 철저하게 뿌리뽑는 것만이 땅에 떨어진 사법부의 신뢰를 되찾는 유일한 길이다.
법원 밖에서도 단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전국의 변호사 2천여명은 이날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전국 변호사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대법원 정문까지 거리행진을 했다. 선언에는 박근혜 국정농단 시국선언 때보다 많은 전국 9곳의 변호사회 회장단이 참여했다. 미공개 문건을 모두 공개하고 성역 없이 조사해 형사처벌·탄핵 등 책임을 철저히 물으라는 요구가 담겼다. 민청학련계승사업회 등 13개 과거사 피해자 단체들도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법부가 국가폭력에 의해 희생된 피해자에게 다시 한번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겼다”며 양 전 대법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현장의 목소리를 받들어 용단을 내리기 바란다.
11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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