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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서촌 ‘젠트리피케이션’의 비극, 상가임대차법 바꿔야

등록 2018-06-08 18:45수정 2018-06-08 18:59

경찰이 8일, 전날 자신의 가게 건물주를 찾아가 둔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서울 종로구 서촌 ‘궁중족발’ 사장 김아무개씨에 대해 살인미수 및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안타깝다. 건물주가 전화로 “구속시키겠다”고 협박하고 며칠 전 폭력적인 강제집행으로 가게가 철거되는 등 감정이 격해진 상태였다곤 하나, 용납되기 어려운 폭력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사태까지 이르게 한 젠트리피케이션과 상가임대차보호법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김씨 부부는 2009년 분식집과 실내포장마차를 하면서 번 돈에 대출금을 받아 가게를 차렸다. 빚을 갚아가며 자리를 잡을 무렵, 2016년 1월 바뀐 건물주가 리모델링 뒤 보증금 3천만원에 월 297만원이던 임대료를 보증금 1억원에 월 1200만원으로 4배 넘게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반발하는 김씨 부부에게 건물주는 명도소송을 내 승소했고 이후 강제집행으로 이어졌다. ‘맘상모’(맘편히 장사하고픈 상인 모임)를 비롯한 시민들이 지지를 보내고 함께 지켜왔으나, 지난 3일 새벽 중장비를 동원한 12번째 강제집행에서 가게 문이 뜯기고 안에 머물던 활동가 2명이 끌려나왔다.

이 가게에 상가임대차보호법은 무용지물이다. 올해 1월 시행령 개정으로 임대료 인상률 상한이 9%에서 5%로 낮아졌지만, 이는 계약 5년까지 해당할 뿐이다. 5년이 넘으면 몇배씩 임대료를 건물주가 올려도, 재계약을 거부해도 상관없다. 상인들에겐 투자이익을 회수하기에 지나치게 짧은 기간이지만, 2001년 법 제정 이래 이 조항은 한번도 바뀌지 않았다.

누군가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할지 몰라도, 뜨는 상권에서 상인들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더이상 개인 일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상인이나 예술인들이 투자하고 가꿔 명소화된 지역에서 임대료 급등으로 이들이 쫓겨난 자리는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채운다. 특색을 잃은 지역엔 찾는 사람이 줄고, 결국 공동체 해체, 상권 쇠퇴라는 악순환의 길을 걷게 된다. 국회에는 임차인의 계약갱신 청구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올리는 등 이 법 개정안 22개가 올랐으나 지난달 드루킹 특검 싸움 속에 처리가 무산됐다. 영세상인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나아가 자영업자도 지역도 함께 사는 지역상생협약의 법제화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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