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4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개정안 표결을 위한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정족수에 미치지 못해 투표 불성립을 선포된 뒤 산회가 선포되자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 개정안이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졌지만 의결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 처리됐다. 표결에는 더불어민주당만 참여했을 뿐 야당이 일제히 불참해 의결정족수인 재적 3분의 2를 채우지 못했다. 표결 참여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112명, 무소속 2명 등 114명으로 의결정족수 192명에 크게 못 미쳤다.
대통령 개헌안이 국회에서 표결도 못한 채 사실상 부결 처리된 건 여야 정치권 모두의 패배로 기록될 만하다. 1987년 이후 31년 만의 개헌 적기를 날려버린 책임을 정치권 모두가 떠안아야 한다. 촛불혁명을 통해 개헌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확인됐고, 여야 모두 ‘6월 지방선거 동시 개헌’을 공약하면서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정치권의 이해타산에 밀려 논의도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개헌이 좌초했다. 앞으로 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개헌이 이처럼 빈사 상태에 빠진 것은 무엇보다 선거 유불리만 따져 지방선거 동시투표 공약을 파기한 자유한국당 책임이 크다. 자유한국당의 약속 파기로 정치권은 개헌 일정을 둘러싼 소모적 정쟁을 거듭했다. 지방선거를 눈앞에 둔 지금 자유한국당은 그에 대한 책임을 추궁당할 형편에 놓여 있다.
국회는 1년6개월여 동안 개헌특위를 가동했지만 의미있는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권력구조 문제에서 대통령중임제와 이원집정부제를 놓고 동상이몽에 빠졌고, 선거구제 개편까지 연동되면서 개헌 논의는 길을 잃었다.
문 대통령이 지난 3월 독자적인 개헌안을 내놓은 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개헌 동력을 마련하는 데 실패했다. 대통령 권한 분산 등 진일보한 안을 내놓았지만 야당과의 논의 테이블에도 올리지 못했다. 정부와 여당은 명분에 몰두해, 협상을 이끌 정치력을 발휘하는 데 미흡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개헌 논의의 향방은 이제 안갯속이다. 자유한국당이 ‘6월 개헌안 합의, 9월 국민투표’ 일정을 제시했지만 이 또한 지방선거 이후 어찌될지 알 수 없다. 국회 개헌특위도 6월말로 종료된다. 개헌 추진 동력을 언제, 어떻게 되살릴 수 있을지 확언하기 어렵다. 정치권은 지금까지의 개헌 논의를 성찰하고, 새 불씨를 찾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정쟁의 늪에 빠지지 않고 긴 안목에서 시대 변화에 걸맞은 헌법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결코 포기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