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융위원회에서 열린 임시금융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12일 정의당이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모든 야당이 김 원장 사퇴를 한목소리로 요구한다는 건 그만큼 여론이 심각하다는 걸 보여준다. 청와대는 국민 목소리를 겸허하게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 원장의 과거 행적 가운데 비판받아 마땅한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다는 건 분명하다. 그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 시민운동가였다. 공직자의 윤리와 도덕성을 누구보다 강조했던 사람이다. 청렴한 공직사회를 위한 ‘김영란법’도 그가 주도했다. 그랬기에 이번에 드러난 그의 ‘이중잣대’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분노는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고위공직자의 진퇴를 분위기에 휩쓸려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지방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점이라, 자칫 잘못하면 여야의 날 선 정치공방 속에 사안의 본질이 흐려질 우려도 있다. 그럴수록 시시비비를 분명히 따질 필요가 있다. 법적 문제는 없는지, 국회의원들의 과거 관행에 비춰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 면밀히 살펴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게 바람직하다.
청와대는 적법성 여부에 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판단을 받아보겠다고 밝혔다. 복잡하게 꼬인 문제를 풀어가는 출발점이 될 수는 있겠지만, 법적으로 문제없으니 괜찮다는 단순한 결론으로 이어지는 건 곤란하다. 청와대는 김 원장 사례가 국회의원의 평균 도덕성을 밑도는지 의문이라고 말하지만, 그렇게만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 법률 저촉 여부가 고위공직자 진퇴를 판단하는 유일한 잣대일 수는 없다. 과거에도 법적 문제는 없지만 국민이 요구하는 도덕성에 미치지 못해 사퇴한 공직자들이 적지 않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회의원의 접대성 외유, 부적절한 후원금 사용 문제를 전면에 드러내 짚어볼 필요가 있다. 청와대 발표를 보면, 16개 공공기관을 무작위로 뽑아 19·20대 국회의원들의 국외출장 사례를 조사했더니 피감기관 지원을 받아 국외출장을 간 경우가 민주당 의원 65차례, 자유한국당 의원 94차례였다고 한다. 여야를 떠나 부적절한 일들이 만연했음을 보여준다. 고작 16곳만 살펴봤는데 이 정도였으니 피감기관 수천곳을 모두 조사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부적절한 일이 ‘관행’이란 이름으로 반복된다면 그거야말로 적폐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