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예정대로 26일 개헌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대통령 개헌안은 이날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아랍에미리트(UAE)를 순방 중인 문 대통령이 전자결재하면 발의 절차가 마무리된다. 여야는 대통령 발의의 적절성 여부를 두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개헌 시기와 내용 등에 대해서도 평행선이다.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은 개헌안 발의가 정쟁의 시작이 아니라 생산적 논의의 출발점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문 대통령의 발의는 대선 공약인 6월 지방선거 동시투표 실시를 위한 일정 등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발의 뒤 60일 이내에 국회가 의결해야 하고 국민투표 18일 전까지 공고가 돼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막바지 시한에 쫓긴 셈이다. 또 여야 합의로 개헌 논의가 순항했다면 굳이 대통령까지 나설 필요가 없다. 개헌 시기부터 한 치의 진전을 이루지 못하는 상황에선 대통령이 개헌 동력 확보에 나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발의에 앞서 청와대가 야당을 상대로 충분히 설득하고 타협점을 찾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는지는 회의적이다. 세번으로 나눠 실시한 개헌안 설명도 부자연스러웠고, 전문도 마지막날에야 공개했다. 국회에서 타협안으로 논의중인 총리 추천제에 대해선 강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청와대의 이런 모습은 자칫 과도한 밀어붙이기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5일 “문재인 정권이 추구하는 헌법 개정 쇼는 사회주의로 체제 변경을 시도하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한 것은 너무 나간 것이다. 그는 “사회주의 개헌 음모 분쇄 투쟁에 국민과 함께 장외로 갈 것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안에 담긴 토지공개념 등을 두고 사회주의 운운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토지공개념은 노태우 정부에서 추진했던 사안이다. 야당이 개헌 문제로 장외로 나가는 것도 부적절해 보인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도대체 언제까지 당 대표의 이런 상식 이하의 언동을 그대로 방치할 것인가. 참으로 답답하다.
대통령안 발의가 이뤄지면 개헌은 전혀 다른 국면을 맞는다. 이제는 대통령안을 토대로 구체적인 논의가 불가피하다. 정부여당은 여야 합의안이 나올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각자의 복안을 내놓고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 대통령안 발의가 논의의 끝이 아니라 실질적 논의의 시작이 되도록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