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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중증외상센터 살리려면 ‘지속가능 시스템’ 만들어야

등록 2017-11-24 18:17수정 2017-11-24 19:05

수원 아주대학교병원 수술실 이국종교수가 2010년 수술 준비를 하고있는 모습. <한겨레21> 정용일 기자
수원 아주대학교병원 수술실 이국종교수가 2010년 수술 준비를 하고있는 모습. <한겨레21> 정용일 기자
“‘이 사람, 살려만 달라’ 외침에도 가난이 묻었다.”

2010년 <한겨레21>이 경기도 수원 아주대병원 중증외상특성화센터와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실에서 1주일간 밤샘 취재해 썼던 기사의 제목이다. 최근 탈북 병사 담당의인 이국종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센터장은 한 방송에 나와 “외상센터 환자 대부분이 사실 블루칼라 계층”이라며 이 기사를 언급했다. 여러해가 흘렀지만, 이런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올해 상반기 전국의 9개 권역외상센터 환자들의 직업을 보건복지부가 분석한 데 따르면, 건축·토목 공사현장 노동자 등 단순 노무직 종사자가 21.4%인 것을 비롯해 육체노동자가 전체의 63%를 차지했다. 열악한 작업환경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은 탓이다. 근본적으론 안전과 휴식이 보장되는 노동환경 마련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중증외상 환자들의 목숨을 구하는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의사·간호사 등 근무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권역외상센터엔 중증외상 환자들이 도착하면 바로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외상전담 전문의들이 365일 24시간 대기해야 한다. 주 7일 24시간 교대로 돌아가기 위해선 충분한 인력이 필요하지만, 현재 전국 9곳 중 인력 기준인 전담의 20명을 충족한 곳은 한 곳도 없다.

수지타산이 안 맞는 곳에 투자를 기피하는 병원, 격무를 피하려는 요즘 의료진의 세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 교수는 “같이 일하는 의사와 간호사가 집에 가는 날이 손에 꼽힌다. 이들이 힘들어서 그만두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환자들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권역외상센터 의사들의 인건비 지원 예산 중 수십억원이 지원 대상이 적어 불용 처리되자 올해는 예산을 삭감했다. 의사뿐 아니라 간호사 등 필수인력에 대한 인건비 지원은 왜 안 되는지 의문이다.

나아가 중증외상 치료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의료수가 체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분초를 다투는 급박한 환자이다 보니, 긴급처치와 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에 걸려 삭감되기 일쑤라고 한다. 수송하는 헬기 안에서 하는 응급처치에도 건보 수가가 인정되지 않는다. 이 교수가 “난 병원에는 연간 10억원이 넘는 적자를 안기는 의사”라고 씁쓸하게 얘기한 이유다. 건강보험 집행엔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지만, 중증외상 환자의 치료에 똑같은 원칙을 적용해선 안 된다는 의료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최근 청와대 게시판에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지원 청원 서명자가 급증하자, 정부도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권역외상센터 확대 논의가 본격화한 지 10여년이다. 정부의 지원이 내실 있게 이뤄지는지 검토하는 한편,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특단의 방법을 강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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