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공공기관들의 채용을 비롯한 조직·인력 운영 실태를 감사한 결과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의 비서관이 강원랜드에 부정 취업하는 등 채용 비리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권 의원의 또 다른 비서관도 강원랜드가 1대 주주인 자회사에 특별 채용된 사실이 <한겨레> 취재에서 확인됐다. 권 의원은 이들의 채용과 자신은 무관하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의심스러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권 의원의 비서관이던 김아무개씨는 2013년 11월 강원랜드 ‘워터월드 수질·환경 분야 전문가’ 선발과정에 지원했으나 애초 지원자격인 환경 분야 실무경력 5년에 미달했다. 그러나 ‘오수처리시설 공사 경력을 포함하면 5년이 넘는다’는 김씨 주장을 받아들여 부당하게 채용했다고 한다.
감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씨 채용은 최흥집 당시 강원랜드 사장이 모집공고 이전부터 기획조정실장 등에게 지시해 이뤄졌다고 한다. 공고 전 김씨가 사장실을 찾아가 취업 청탁과 함께 이력서를 건넸고 “강원랜드의 최대 현안인 폐광지역 개발 지원 특별법 기한 연장 등에 도움을 줬기 때문에” 채용했다는 게 최 사장의 주장인 모양이다.
그러나 의원 비서관이 직접 공기업 사장을 찾아가 청탁한다고 덜컥 들어줬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거니와 권 의원실의 다른 비서관까지 강원랜드 관련 회사에 취업한 걸 보면 이들의 해명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또 다른 비서관 출신의 김씨는 2013년 휴·폐광산의 광해 방지 및 훼손지 복구 사업 등을 맡는 한국광해관리공단에 채용됐다.
이들의 비정상적인 채용 과정에다 권 의원과 최 사장의 각별한 관계를 종합해보면 권 의원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강원도 강릉 동향 출신인 두 사람은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최 사장이 새누리당 강원지사 후보로 출마하고 권 의원이 여러 차례 지원 유세에 나서는 등 매우 가까운 사이였다고 한다. 권 의원 관련 여부에 대한 집중 조사가 필요한 이유다.
지난해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채용 부정청탁으로 법정에 섰는데도 취업난에 고심하는 청년들에게 배신감을 안겨주는 국회의원의 채용 갑질이 있다면 그냥 넘길 수 없다. 감사원이 4일 공개한 감사 결과를 보면 대한석탄공사 등 공기업들의 채용 비리가 여전히 없어지지 않고 있다. 철저한 수사로 일벌백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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